더불어민주당 비주류계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의 탈당이 임박하면서 더민주당 탈당 사태가 새해 벽두 변곡점을 맞을 듯하다. 8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이뤄질 경우 중순쯤 탈당 러시가 피크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선 문재인 대표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 ‘살라미 탈당’은 진 빼기 전략?
지난해 12월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소규모로 이어지고 있는 탈당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살라미 탈당’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탈리아 소시지인 살라미를 얇게 썰어내듯 의원들이 한두 명씩 시차를 두고 연쇄적으로 탈당한다는 것이다. 2007년 2월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김한길 의원을 중심으로 23명이 한꺼번에 탈당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더민주당 의원들은 2007년과 지금의 탈당 양상이 다른 이유로 100여 일 앞둔 4·13 총선을 꼽는다. 2007년에는 총선이 1년 이상 남은 상황이었다. 비주류에 속하는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은 1일 “선거를 코앞에 두고 지역구민 다수가 탈당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섣부른 결정이 지지층의 속내와 다르다면 총선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2007년 집단 탈당 때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도가 바닥을 치고 있어 그해 12월 대선 승리가 희박한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 당을 나가 외연을 넓혀야 집권을 연장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탈당했던 우윤근 의원은 “그때는 제3지대에서 당을 만들고 외부 중도세력과 통합해 파이를 키우자는 명분이 있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살라미 탈당이 문 대표 측을 서서히 옥죄어 진이 빠지게 하려는 전술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꺼번에 나가면 탈당 효과가 곧바로 증발해버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 文, 김부겸 전 의원에게 선대위원장 제안
문 대표는 1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배식에 참석했다. 단배식 상에서는 매년 올라오던 홍어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동안 흑산도 홍어를 공급했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올해는 (당에서) 요청이 없었다”고 했다. 단배식을 마친 문 대표는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 묘소 참배, 국립4·19민주묘지 참배, 이희호 여사 예방 등 숨 가쁜 서울 일정을 마치고 곧바로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를 위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달려갔다.
봉하마을에 모인 지지자들은 “끝까지 가십시오”라고 응원했다. 동행한 이종걸 원내대표가 헌화한 뒤 묵념을 하자 한 노인이 “이종걸 정신 차려라”라고 고함치다 제지당했다. 문 대표 일행이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예방을 위해 노 전 대통령 생가로 이동하던 중 한 중년여성은 “안철수 ×××한테 절대 지지 마라. 힘내!”라고 소리쳤고, 이에 문 대표는 미소를 지었다. 문 대표는 3일 오전까지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 예정이다. 문 대표 측은 조기 선대위 출범 및 호남 인재 영입 카드로 ‘살라미 탈당’에 맞설 계획이다.
문 대표는 김부겸 전 의원에게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제안했으며, 이날 봉하마을 방문에 동행한 일부 의원이 대구에서 김 전 의원을 만나 설득했다고 당 관계자는 전했다. 그러나 김 전 의원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동아일보 등 각 언론사 신년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 측은 이날 아전인수격 해석을 내놨다. 정당 지지율에서 더민주당과 안철수 신당은 여론조사 기관별로 2%포인트 범위 내에서 엎치락뒤치락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측은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고 주장했지만 안 의원 측은 “흐름을 탔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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