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최장수 외교 수장 윤병세, 최악의 평가 면할 수 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4일 00시 00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년 11개월째 재직 중으로 1987년 이후 최장수 외교 수장이다. 윤 장관은 지난해 12월 23일 한국방송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서 “3년을 하든 5년을 하든 외교나 국가 발전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느냐가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임기 중 치적이 뭔지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위안부 합의를 두고도 정부의 섣부른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소녀상 이전에 대해 ‘적절히 해결되도록 노력한다’고 덜컥 약속해 피해 할머니와 시민단체와의 갈등을 불렀다. 합의에 앞서 위안부 문제의 당사자인 피해자 의견을 들어보는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 외교적 수사로 포장된 책임 인정과 사과만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에 합의한 직후 일본 언론에서 딴소리가 나왔지만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윤 장관은 31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일본 정부가 많은 부분을 해명한 바 있다”며 자화자찬 발언을 쏟아냈다.

최악의 한일관계가 3년 가깝게 이어진 것도 ‘대일 강경론자’인 윤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본 결과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심지어 이번 위안부 협상 과정에서 윤 장관을 통해서 일본의 의향이 부정확하게 전달되는 것을 우려한 일본 정부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물밑 협의를 했다는 일본 언론의 보도까지 나온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윤 장관은 위안부 합의의 깔끔한 마무리에 전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북핵 대응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 체계 등 크고 작은 외교안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그의 책임론이 거론됐지만 대통령의 두터운 신임으로 흐지부지됐다. 그에겐 “대통령 말 받아쓰기에 바쁘다” “지시사항만 이행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외교수장이라면 외교 전략을 정교하게 짜내 필요하면 대통령에게도 할 말은 할 수 있어야 한다.

새해는 한일 간 안보협력 및 경제협력 등 국익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해다. 이달 중순 도쿄에서 열리는 한미일 차관급 회의를 시작으로 상반기엔 한일 정상회담도 열릴 가능성이 높다. 윤 장관은 대통령만 쳐다보지 말고 실행 플랜을 만들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유연한 실리외교에 힘을 쏟아야 한다. 동북아가 격랑 속으로 빠져드는 상황에서 ‘오래’가 아니라 ‘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스스로 보여줘야 할 것이다.
#윤병세#외교부#외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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