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지역 이슬람 두 맹주국의 충돌이 우리에게 주가 폭락과 환율 폭등으로 불똥이 튀었다. 종파 분쟁 속에 이슬람 수니파의 맹주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아파의 맹주 이란과의 외교관계 단절을 선언한 것이 발단이다. 국제 정세가 불안하면 위험자산인 유가가 폭등하고 주가는 하락한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 2월 인도분 가격이 한때 3.5% 치솟고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까지 불거지면서 어제 상하이종합지수(―6.86%)와 한국 코스피(―2.17%)가 급락하는 등 각국 증시가 ‘검은 월요일’로 시작됐다. 그 여파로 글로벌자금이 달러에 쏠려 원-달러 환율은 15원 넘게 급등했다. 세계 경제의 뇌관이 동시에 터진 셈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며 “한국으로선 한순간에 잘못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올해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7만 대 적은 813만 대로 발표했다. 현대차가 목표를 내려잡은 것은 현대차그룹이 출범한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해 말 정의화 국회의장은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 등 쟁점 법안 직권상정을 거부하면서 “지금 경제 상황을 그렇게(국가비상사태로) 볼 수 있는지에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당장 중동의 정정 불안과 중국발(發) 경기 불안으로 국내 경제가 크게 출렁거린 것만 봐도 정 의장의 현실 인식이 안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국회에 묶여 있는 경제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면, 그 다음 날 바로 폭발적 성장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상당 부분 불확실성은 해소된다”고 말한 것을 보고도 같은 반응이라면 직무 유기다.
법안 처리를 나 몰라라 하는 야당의 행보를 보면 위기를 되레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한다는 의구심이 든다. 오죽하면 더불어민주당 김관영 의원이 “야당의 뿌리 깊은 반(反)기업 정서를 극복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국회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고 ‘참회’하겠는가.
야당에 더는 기대할 게 없는데도 정 의장이 어제 경제 관련 법안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고 거듭 확인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흥국 경제 위기가 우리나라까지 번지면 법안이 무슨 소용인가. 지난해 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연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던 더민주당의 김기식 의원, “기업활력제고를 위한 특별법(원샷법)을 통과시켜도 1년 후 실효성이 없을 것 같다”며 반대한 홍영표 의원과 함께 정 의장도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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