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신년회견 때 위기의 한국號 선장답게 소통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6일 00시 00분


청와대와 국회의장 간에 또 ‘입법 충돌’이 벌어졌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그제 청와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 다녀온 뒤 기자들에게 ‘선거구 획정 문제와 경제활성화 법안의 연계 불가’ 방침을 전했다고 공개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경제법안과 선거구 획정 문제는 완전한 별개의 문제다. 두 사안을 연계해서 처리하는 것은 안 된다”고 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연계가 아니고, 경제활성화법 등을 우선적으로 처리해 달라는 것”이라며 발끈했다. 걸핏하면 티격태격하는 청와대와 국회의장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참 불편하다.

박근혜 대통령과 바로 옆자리에 앉아 신년 화합을 다진 직후 자랑하듯 자신의 주장을 밝힌 정 의장의 처신은 부적절했다. 하지만 청와대도 큰소리칠 형편은 못 된다. 박 대통령이 신년 인사회가 끝난 뒤 정 의장과 단 5분이라도 독대하며 쟁점 법안 처리를 절절하게 호소했어도 정 의장이 그랬을까. 박 대통령은 작년 12월 15일 정 의장에게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요청할 때도 현기환 정무수석비서관을 보냈다. 정 의장은 이 요청을 단칼에 뿌리쳤다. 당시 박 대통령이 입법부 수장을 예우해 청와대로 초청하든지, 아니면 이병기 실장을 보냈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지 의문이다.

박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도 20일 전 경제장관회의 때 “미래세대에게 죄짓지 말라”고 했던 것처럼 국회를 겨냥해 경제법안 처리를 압박했다. 8일 임시국회가 끝난다며 “이대로 국회가 문을 닫는다면 청년 일자리의 문도 닫히게 되고 대한민국의 미래도 닫히게 된다”고 정치권을 질타했다. 통치도, 정치도 소통하고 타협해서 ‘일이 되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박 대통령의 ‘말로만 호소’에도 지쳤다.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전미경제학회에서는 “1930년 미국 대공황을 극복한 열쇠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의회를 적극 설득한 리더십에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얼마 안 있어 박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열린다. 지난해 신년 회견에서 ‘대면보고가 부족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갑자기 장관들에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반문해 분위기를 뜨악하게 했다. 대공황을 극복한 루스벨트를 보라. 위기 극복에 가장 절실한 것이 소통이다. 이번 회견 때는 위기의 한국호(號) 선장답게 마음을 열고 국민과 소통하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신년회견#기자회견#입법충돌#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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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

추천 많은 댓글

  • 2016-01-06 07:58:28

    연목구어! 바랄 것을 바래라.

  • 2016-01-06 10:35:59

    소통잘하는 문재인을 보았나 동아의사설이 이상하네 소통이 절벽인 더민주당을 두고 대통령을 지적하는 동아의 지적은 편파적이 아닌지

  • 2016-01-06 10:04:11

    박근혜가 소통을 안해도, 국회 탓만 해도, 호통치고 성질부려도, 유체이탈 화법을 써도, 어법에 안 맞는 이상한 말을 해도, 혼 없는 소리를 해대도.... 그럼에도 지지하는 콘크리트 맹종자들이 너무나 신기하다. 정신 감정 대상이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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