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무원은 ‘국민의 공복(公僕)’으로 불린다. 하지만 자신의 본분을 망각한 일부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행태는 오히려 국민들을 분통터지게 만든다. 연초부터 공무원들이 사리사욕 챙기기에 급급하거나 행정을 안일하게 처리해 빈축을 사고 있다. 》 ○ 세종시 아파트 웃돈받고 판 공무원 2600여명
특별공급 받은 직원 10명중 3명꼴… 거주자우선제 활용해 분양권 전매
2011년부터 5년간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공급 받은 공무원 및 국책연구기관 직원의 27%가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열기가 높았던 지난해를 전후해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누린 공무원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공무원들은 ‘거주자우선분양제’를 악용해 분양권을 전매하고 있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과 세종시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세종시 아파트를 특별 공급받은 중앙 부처 공무원과 국책연구기관 직원 9802명 중 입주를 하고 취득세 감면을 신청한 인원이 6205명(63%)으로 집계됐다. 분양받고 취득세 감면을 신청하지 않은 사람은 3597명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취득세 감면이 적용되지 않는 임대주택 특별 공급 당첨자(631명), 특별 공급 후 부실 공사 논란으로 계약을 해지한 인원(172명), 아직 입주를 시작하지 않은 2013년 하반기(7∼12월) 특별 공급 당첨자(142명)를 제외한 2652명이 분양권을 전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행복청과 세종시 측은 “분양받은 후 다른 기관으로 파견 가는 바람에 계약을 하지 못한 공무원도 포함된 수치여서 실제 분양권 전매를 한 인원보다 부풀려져 있다”고 해명했다.
일부 공무원은 입주 초기 세종시의 생활 인프라가 부족해 불가피하게 분양권을 전매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중앙 부처의 한 공무원은 “아파트를 분양받은 5년 전에는 세종시의 생활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입주하려고 보니 사정이 나아지지 않아 분양권을 팔고 서울에서 출퇴근 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 공급 혜택을 받은 공무원들이 시세 차익을 얻기 위해 분양권을 팔아넘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공무원들의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 전매에 대한 비판이 일자 2014년 3월부터 세종시로 이전한 공무원에 대한 분양권 전매 금지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강화했다.
최근에는 공무원들이 거주자우선분양제를 활용해 얻은 분양권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고 있다고 세종시 부동산업계는 지적했다. 거주자우선분양제는 해당 지역에 2년 이상 거주하면 분양 우선권을 주는 제도다. 김수현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거주자우선제는 공무원을 위한 특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실종 청소년 위치추적 막는 답답한 방통위
경찰, 신속 수사 위해 IP추적 추진… 방통위 “부모가 악용 우려” 반대
아버지는 무기력하게 기다려야만 했다. 김모 씨(53)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11월 12일) 성적 부담감으로 집을 나간 딸의 실종 신고를 했다. 그러나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딸의 소재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경찰의 답변만 돌아왔다. 경찰도 답답했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상 휴대전화 위치추적 외에 다른 방법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사이 딸은 집에서 가져간 50만 원이 떨어지자 자살까지 결심한 상태였다.
경찰은 실종이 아닌 납치 사건으로 전환했다. 그래야만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인터넷 접속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경찰은 딸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기 위해 접속한 인터넷주소(IP주소)를 추적해 가출 5일 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현행법상 경찰이 실종 수사를 할 때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 휴대전화 위치추적과 탐문수사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종종 발생한다. 실종 수사를 빌미로 IP주소 추적 등을 남용해 생길 인권 침해를 우려한 조항이다. 이로 인해 실종 수사는 담당 경찰의 기지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가출을 강력범죄인 납치 수사로 전환해 IP주소 추적을 하는 등 변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서울의 한 실종 담당 경찰관은 “가출한 지 3일 이내면 자녀를 찾을 확률이 97%에 이르지만 시간이 지체될수록 휴대전화를 꺼두고 잠적해 찾기 힘들어진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지난해 경찰은 가출 청소년을 찾을 때만이라도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임 사이트 등에 접속한 IP주소 추적을 할 수 있는 ‘실종아동 위치 자동 추적 시스템’을 추진했다. 대부분의 가출 청소년이 가출과 동시에 휴대전화를 꺼놓는데 이처럼 실종 수사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경찰의 계획은 관계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반대로 답보 상태다. 방통위는 경찰의 방안대로라면 아동을 학대하는 부모가 악용할 소지가 있다며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인권 침해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엄격한 법 해석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행 실종아동법상 가출 청소년의 신상정보를 악용할 경우 처벌 규정이 이미 마련돼 있을 뿐만 아니라 IP추적은 경찰이 하기 때문에 인권침해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경찰 관계자는 “가출 청소년을 발견하면 가정환경 조사를 통해 부모가 학대했을 경우 친권을 박탈하는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라며 “수사기관인 경찰조차 믿지 못하는 방통위의 방침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동시접속 설마 100명 넘겠어?” 안이한 미래부
휴대전화 요금할인 확인 홈피 개설 수만명 몰려 먹통… 보완조치도 안해
‘아니, 왜 홈페이지가 열리지 않는 거야.’
4일 오후 미래창조과학부가 공개한 홈페이지(www.checkimei.kr)에 수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먹통’이 됐다. 이들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자신이 가진 휴대전화가 요금 할인(20%)을 받을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
이동통신요금 할인은 휴대전화를 개통할 때 통신사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약정 기간(통상 2년) 동안 요금을 할인받는 제도다. 기존에는 통신사 대리점을 방문해야 확인할 수 있었지만 미래부가 이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정식서비스가 이뤄진 5일 오전에도 한동안 해당 서비스의 접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해당 홈페이지가 먹통이 되자 미래부의 담당 공무원은 “동시에 몇만 명이 몰렸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홈페이지는 100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다. 하지만 현재 국내 휴대전화 가입회선은 지난해 말 기준 약 5700만 개로 이 중 상당수 개인 고객은 요금할인제에 관심이 크다. 실제 정부 발표가 이뤄진 4일 낮 12시∼밤 12시 약 5만 명이 접속했다. 홈페이지가 먹통이 된 것은 이미 예고된 셈이다.
5일 오후부터 접속이 문제없이 이뤄지자 미래부 측은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 접속 용량을 늘리는 조치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책홍보를 통해 서비스 이용자를 적극적으로 늘려야 하는 정부가 ‘접속량이 늘지 않아 안심’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린 것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출범한 미래부는 ‘창조경제’를 이끌어가고 국가 연구개발(R&D)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대통령이 ‘10년 뒤에 어떻게 뭘 먹고살지 두렵다’는 한숨에 답변을 내놔야 하는 미래부가 정책의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한탄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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