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 표심(票心)이 미묘하다. ‘진박(眞朴)’을 자처하는 인사들이 초반 레이스에서 크게 기를 펴지 못해서다. ‘진실한 사람’ 대 ‘배신자’의 단순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관측과 달리 지역구마다 유권자들의 저울질이 복잡해 보인다. 박근혜 정부를 지켜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지만 “새누리당을 정신 차리게 하자”는 지역 분위기도 있다.
진박이냐 아니냐의 구도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대구 수성갑이 우선 눈길을 끈다. 초반 레이스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나선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전 의원에게 밀리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12월 언론사 3곳의 여론조사에서 김 전 의원에게 14.6∼17.4%포인트 차로 뒤졌다. 정당 지지도에서 새누리당이 50%대를 기록하며 10%대에 머문 더민주당을 크게 앞선 것과 대비됐다. 김 전 지사가 원래 친박으로 분류되지 않는 데다 김 전 의원의 경우 19대 총선, 2014년 지방선거(대구시장) 등 두 차례의 패배에도 꾸준하게 지역을 누빈 게 지역 민심에 복잡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 여당 후보 자리를 놓고 겨루는 대구 동을은 당심과 민심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이 전 구청장은 “배신의 정치를 응징해 달라”며 이 지역 3선인 유 전 원내대표에게 도전장을 냈다. 지지율은 유 전 원내대표가 6.3∼15.7%포인트 앞서고 있지만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이 전 구청장이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한 지역 관계자는 “이 전 구청장은 지역 일꾼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며 “대구시장 경선에서 주목받은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북고 출신에 ‘TK(대구·경북) 성골’인 유 전 원내대표를 ‘차기 TK 주자로 키워야 한다’는 정서도 만만찮아 당내 경선을 놓고 치열한 승부가 치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발 물갈이설 속에 쏟아진 ‘진박’ 인사들을 두고는 아직 냉랭한 분위기다. 청와대 참모나 내각 출신을 보고 “진짜 박근혜 사람이냐”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의 한 초선의원은 “처음에는 ‘박 대통령이 미는 사람인가’ 싶다가도 한 지역에 진박을 자처하는 후보가 2, 3명 나서거나 다른 지역으로 옮기면서 헷갈린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다른 인사는 “‘청와대에서 연락 받고 출마한다’고 하면 ‘위의 누구랑 얘기했느냐’고 묻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반면 지역밀착형 인사들은 초반 지지율에서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 영남일보와 대구·포항MBC의 여론조사에서 달서갑 홍지만 의원에게 도전장을 낸 곽대훈 전 달서구청장은 13.7%포인트, 북갑에 출마한 정태옥 전 대구 행정부시장은 권은희 의원과 이명규 전 의원을 각각 10.2%포인트, 10.7%포인트 앞섰다.
이러다 보니 대구에서 ‘재배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달성군 예비후보로 등록한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돌연 미뤘고, 대신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투입설이 나오고 있다. 추 실장도 언론 인터뷰에서 “고심 중”이라고 했다. 총리실에서는 3, 4명의 고위 공무원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갑에서 준비하던 전광삼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으로 옮겼고, 김종필 전 대통령법무비서관은 일단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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