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정상, 미묘한 ‘핫라인 공조’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8일 03시 00분


[北 4차 핵실험 이후/안보-경제 동반충격]오바마, 朴대통령 앞서 아베와 통화
朴 “위안부 합의 이행을” 아베에 당부… 韓中은 정상-장관 간 전화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7일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일 정상과 통화를 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와는 오전 7시 37분부터, 박근혜 대통령과는 오전 9시 55분부터 20분씩 각각 통화했다.

백악관이 이날 공개한 한일 정상과의 통화 내용은 주어만 다를 뿐 동일했다. 하지만 북핵 문제 당사국인 한국을 제치고 일본과 먼저 통화한 것은 미묘한 여운을 남긴다. 미국이 동아시아 정책의 최우선 파트너로 일본을 낙점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날 아베 총리는 일본 참의원 본회의에 참석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응을 포함해 일본과 미국이 국제사회를 주도해 나가는 데 일치했다”며 양국 간 통화 내용을 설명했다. 대북 제재를 미일이 주도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먼저 통화했다. 그리고 이틀 뒤에야 아베 총리와 통화를 했다. 이에 대해 외교 당국자는 “정상 간 통화는 가능한 시간을 사전 조율한다”며 “기술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4시 40분부터 15분간 아베 총리와도 통화했다. 청와대는 양국 정상이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조치가 포함된 결의안이 신속하게 채택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합의 이행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양국 관계의 선순환적 발전을 위해 합의 사항의 성실한 이행이 중요하다”며 “합의정신에 맞지 않은 언행이 보도되어 피해자들이 상처를 받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된 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은 청와대의 발표와는 차이가 컸다.지지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합의를 다시 한 번 환영한다”며 “(위안부)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직접 대화협력 체제를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실한 합의 이행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정상 간 ‘핫라인’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반면 중국과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통화는 물론이고 외교·국방장관 간 핫라인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북 제재가 사실상 중국 참여에 달렸다는 점에서 대중 외교 역시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우경임 woohaha@donga.com·송찬욱 기자
#한미일#핫라인#북한#핵#북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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