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7일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핵심 과제가 ‘삼중수소’의 출처를 밝혀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일대에서 있었던 폭발의 실체가 북한의 주장대로 수소폭탄이든, 한국 당국의 1차 분석처럼 증폭핵분열탄이든 삼중수소는 문제다. 두 경우 모두 핵심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전략핵물자로 분류돼 국가 간 거래가 엄격히 통제된 삼중수소를 북한이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느냐에 따라 대북 제재의 방향과 수위도 달라질 수 있다.
황주호 경희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중수로가 없는 북한도 영변 원자로(흑연 감속로)에서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으로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 전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북한이 수소폭탄의 기초 기술인 핵융합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2010년부터 한미 정보 당국은 삼중수소를 비롯한 관련 기자재의 확보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워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2007년부터 월성원전(경북 경주)의 중수(重水)를 활용해 산업용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북한의 핵 물질 구매 네트워크가 유엔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취한 독자 제재를 무력화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군부, 노동당의 지시와 통제 아래 민간 무역회사를 가장한 조직과 각국 주재 북한대사관 등이 음성적 거래로 확보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삼중수소는 가격도 비싸다. 1g에 2700만 원을 호가해 1g에 약 4만2000원(7일 기준)인 순금보다 600배 이상 비싸다. 북한이 이번 핵실험에 필요한 양(최소 100g)을 수입했다고 가정할 때 27억 원이 든 걸로 추산된다. 정상적인 국가 간 거래가 아니고 밀반입할 경우에는 가격이 더 크게 뛴다.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2007년 한 강연에서 “100g의 삼중수소를 만들려면 1억 달러(약 1200억 원)가 들어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해외에서 삼중수소를 조달했다면 거액의 자금 출처뿐 아니라 대북 제재 아래서 어떻게 들키지 않고 송금했는지도 의문이다.
유엔 일각에선 북한이 자체 생산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한 유엔 소식통은 “지난해 9월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북한 영변의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북한이 ‘강화된 핵무기’ 제작에 이용되는 트리튬(삼중수소)을 생산하고 있을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영변 핵 단지 내 지원시설이 있던 자리에 신축된 건물 가운데 한 곳이 사용후핵연료에서 삼중수소 등 동위원소를 분리하는 시설인 것으로 관측됐다는 것이다.
삼중수소 없이도 수소폭탄을 만드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춘근 한국과학기술정책연구원 박사는 “북한이 만약 삼중수소 없이, 리튬6와 중수소를 활용해 수소폭탄을 만들었다면 6일 6∼7kt의 폭발은 위력이 너무 작아 수소폭탄이라 해도 실패한 폭탄”이라고 말했다.
:: 삼중(三重)수소 ::
수소폭탄의 핵심 재료. 일반 수소에 중성자가 1개 더 있으면 중수소, 2개 더 있으면 삼중수소가 된다. 자연 상태에는 일반 수소 99.983%, 중수소 0.015%가 있으며 삼중수소는 극히 희박해 인공으로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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