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오 중부전선 최전방에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첫 소식은 뜻밖에도 금연 권장이었다. 대북 심리전 FM ‘자유의 소리’ 방송에선 흥겨운 음악을 배경으로 아나운서의 낭랑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아들이 부른 ‘금연’ 노래로 이어진 방송은 북한 주민의 건강을 염려하는 동시에 애연가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간접 겨냥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최근 노동신문을 통해 김정은이 평양 지하철에서 담배를 피우던 모습을 북한 주민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
대북방송의 주요 내용은 김정은 체제를 비판하고 남한의 발전상을 알리는 것. 한국의 개인 정보보호 제도를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북한 독재 체제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방송에선 “김정은은 나이도 어리고 능력도 부족해 내세울 만한 업적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강한 지도자라는 인상을 심어주려고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내용이 반복됐다.
이번 대북방송엔 최근 ‘전해라’ 열풍을 일으킨 가수 이애란의 ‘백세인생’,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등이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해 8월 지뢰 도발 이후 포함됐던 아이유의 ‘마음’, 빅뱅의 ‘뱅뱅뱅’도 빠지지 않았다. 혁명가 일색인 북한과 다른 모습을 알리고자 최대한 다양한 장르의 가요를 내보낸 것이다.
북한군 소좌(소령) 출신 탈북자 정광일 씨는 “북한 최전방 부대에서 사상교육을 받던 중 대북 확성기에서 노래가 흘러나오자 동료들이 발로 장단을 맞추다가 자아비판을 한 일이 있다”며 “대북방송이 북한 체제를 흔들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했다. 북한 권부 실세의 어두운 내막을 묘사한 라디오 드라마 ‘호위사령부 25시’도 포함됐다.
정확도가 높은 일기예보도 주요 심리전 수단이다. 군 고위 관계자는 “과거 대북방송에서 비 예보가 나오면 북한군은 이를 믿고 빨래를 걷곤 했다”며 “예보에 대한 신뢰는 남한 체제에 대한 믿음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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