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국민의당이 어제 창당발기문에서 “비생산적인 이념 대립, 지역 갈등, 국민 분열의 시대를 청산하고 성찰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새로운 대안정치, 민생정치, 생활정치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다. 무리하게 인물 영입 경쟁을 벌이다 김동신 전 국방부 장관, 허신행 전 농수산부 장관, 한승철 전 대검 감찰부장 영입 발표 2시간 50분 만에 ‘부적절한 과거 행적’을 이유로 취소하는 불상사가 벌어진 것은 옥에 티였다. 그럼에도 ‘제3의 당’ 출범은 기성 정치권에 자극을 주고 새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은 제1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을 능가하는 지지를 받고 있다. 더민주당의 열세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미덥지 못한 대북관(對北觀) 탓도 크다. 문재인 대표는 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해 “총체적 안보 무능의 결과”라며 박근혜 정부를 비난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를 놓고도 “군사적 긴장과 경제 불안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근본 대책이 못 된다”고 비판하면서도 대안은 내놓지 못했다.
국민의당은 발기문에서 “북한의 어떤 도발도 불용하면서 국가안보의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밝혔다. “반핵의 확고한 국제 공조 체제하에서 동북아의 평화 공존과 번영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조다. 그러나 7일 안 의원 등은 “북한의 무모한 핵실험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성명을 내면서도 “김대중 정부는 튼튼한 안보가 햇볕정책의 최우선이었고, 노무현 정부는 북핵불용을 대북정책의 맨 앞에 세웠다”고 평가해 국민의당이 어떤 노선을 지향하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안 의원이 영입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안보는 보수’라던 안 의원의 이념성향과 맞는지도 의문이다. 김 교수는 작년까지도 “화해와 협력의 남북관계를 위해 6·15 공동선언의 정신을 복원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에선 이 선언이 북한식 연방제 통일을 지향한다고 못 박고 있다.
안 의원과 국민의당이 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1월 임시국회에서부터 구체적 대북정책과 안보정책을 내놓고 검증받아야 한다. 우선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 처리에서 국민의당의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