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넘버2’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자원외교 무죄 판결’ 이례적 정면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2일 03시 00분


해외 자원개발 업체를 시장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인수한 혐의(5500억 원대 배임)로 기소된 강영원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사진)이 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검찰조직의 ‘넘버 2’로 꼽히는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해 특정 판결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이 지검장은 11일 예고 없이 서울고검 기자실을 찾아와 “경영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나랏돈을 아무렇게나 써도 ‘경영판단’이라는 명목으로 처벌할 수 없다면 회사 경영을 제멋대로 해도 된다는 말이냐”며 단호히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직접 밝혔다. 이어 “아무런 실사 없이 3일 만에 ‘묻지 마 식 계약’을 하고 이사회에 허위 보고해 석유공사에 1조3000억 원대의 손해를 입혔는데 무엇이 더 있어야 배임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하지만 앞서 8일 강 전 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김동아)는 “석유공사가 입은 손실은 대부분 자원개발 업체를 인수한 뒤 발생한 사정 변경이 원인”이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기업의 경영판단 영역에 형사적인 잣대를 무리하게 들이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 지검장의 반박회견이 갑작스레 나오자 이날 법조계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석채 전 KT 회장이나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에 대한 배임 사건 재판에서 무죄가 잇따라 선고되자 “검찰 수사를 통한 사후 통제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반발하는 기류가 강했다.

반면 법조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최근 배임죄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만큼 검찰이 강 전 사장 사건에 대해서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고 법리를 더 철저히 검토했어야 하는데 서울중앙지검장이 직접 나서 판결을 문제 삼은 것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검찰#이영렬#자원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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