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하마을 갔다가 야유받은 안철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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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계-친노 결별]盧지지자 “친노 욕하더니 왜 왔나”
安 ‘盧정신 계승’ 준비한 발언 못해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 등과 1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김해=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안철수 의원(가운데)이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오른쪽) 등과 12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뒤 방명록에 서명하고 있다. 김해=서영수 기자 kuki@donga.com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낡은 진보라며? 아직도 간 덜 봤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신당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안철수 의원이 12일 찾아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이런 피켓을 든 더민주당 당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안 의원은 전날(11일) 광주, 전남 순천 등 호남 방문에 이어 친노 세력 감싸 안기 행보에 나섰지만 반응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았다.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려는 안 의원 앞을 노 전 대통령 지지자 서너 명이 막아섰다. 이들은 “그렇게 친노 욕하드만 이기(여기) 왜 왔능교”라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당 지지자가 “(문재인 대표와 안 의원은) 형제 아니냐”며 말렸지만 이들은 “야권을 분열해 놓고 무슨 형제냐”고 맞받아쳤다. 양측 간에 한동안 고성이 오갔다. 한상진 공동창당준비위원장 등 안 의원 일행은 굳은 표정으로 말이 없었다.

안 의원 일행은 참배를 마친 후 노 전 대통령 사저로 이동해 권양숙 여사를 예방했다. 권 여사는 악수를 하며 “먼 길 찾아와 줘서 고맙고 모쪼록 국민을 보고 가는 것이니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안 의원과 권 여사는 봉하마을 조경 사업 등에 대해서만 대화했을 뿐 한 위원장이 대화를 주로 이어 간 것으로 전해졌다.

30분간 비공개로 예방을 마친 뒤 한 위원장은 “권 여사께 ‘침묵하는 다수를 대변하는 새로운 정당이 있어야만 더민주당과 같은 동지로서 정권 교체를 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서 창당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다”고 전했다. 한 위원장은 “그런 과정에서 혹시 여사님이 서운함을 느낄까 봐 걱정된다고 말씀드렸다”고도 했다. 권 여사는 듣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한다.

안 의원은 ‘그동안 친노를 비판해 왔는데 방문한 이유’에 대한 질문에 “제가 특정 세력(친노)을 비판한 적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한 친노 지지자는 즉각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라”고 끼어들었다. 돌발 상황 때문에 안 의원은 당초 준비했던 “반칙과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정신은 국민의당이 만들려고 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발언을 못 했다고 한다.

김해=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안철수#봉하마을#야유#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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