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총 313개 공공기관을 전수 조사한 결과 13일 현재 14곳의 기관장이 공석이었다. 8곳은 기관장이 총선에 출마하려고 임기 전에 그만뒀다. 공공기관장 자리가 정치권 철새들이 잠시 쉬어 가는 정거장이 돼버렸다.
지난해 말 임기를 1년 남짓 남기고 사퇴한 김성회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18대 의원 출신으로 재임 때 매제와 육사 동기(36기)를 특혜 채용한 의혹을 샀다. 인사 규정에 없는 수행 비서를 쓰고 연봉 8500만 원을 줘 눈총을 받았다. 지역난방공사는 201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6개 등급 중 네 번째인 C등급을 받았다. 창원시장 출신의 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도 1년 정도 일한 지난해 말 그만뒀다. 그 직전에는 국토해양부 차관을 지낸 정창수 사장이 강원도지사에 출마한다며 9개월 만에 사표를 냈다. 이들이 떠난 뒤 세계 최고 공항이었던 인천국제공항은 새해 벽두에 수하물 대란이 발생해 국제 망신을 당했다.
정부가 발표한 2014년 공공부채 957조3000억 원 중 공공기관 빚이 408조5000억 원으로 42.7%를 차지했다. 어제 정부는 새해 첫 업무 합동보고를 하면서 공공기관 부채를 감축해 재정 여력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관장이 철새처럼 왔다 가는 곳에서 누가 부채 감축과 예산 절감을 독려하겠는가.
박근혜 대통령은 그제 대국민 담화 및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패가 계속되면 국민도 정부에 대해서 신뢰가 없기 때문에 경제가 발전하는 데 도움이 안 된다”고 했다. 정부는 부패와 세금 낭비를 막으려고 4대 백신 프로그램 시행에 나섰다. 하지만 전문가를 기관장으로 임명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 정치권 마피아, 즉 정피아를 낙하산으로 보내놓고 부패를 막겠다니 참으로 어이없다. 한국석유공사와 중부발전은 최근 사장 공모를 재공고했다. 적임자가 없는 것인지 다른 의도로 시간을 끄는 것인지 의문이다. 4월 총선의 낙천, 낙선자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낼 요량이면 ‘부패백신’을 주사한들 소용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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