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핵으로 국방 핫라인 가동한적 없다”… 사드 불만표시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6일 03시 00분


[韓中 사드 신경전]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을 알 수 있다(疾風勁草).”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어렵고 힘들 때 손잡아 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중국 역할론’을 강조한 것을 거론하며 14일 이렇게 말했다. 한(漢)나라의 유수(劉秀)에게 끝까지 의리를 지킨 왕패(王覇) 이야기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를 인용해 ‘위기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고 화답한 것이다.

전날 우 대표를 만났던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기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며 “한중이 긴밀히 협의하며 현재 상황에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강력한 대북제재를 바라는 한국과 달리 중국은 제재 항목들을 두고 선문답 수준을 넘지 못해 향후 세부 논의에 암초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 야심한 시간에 전개된 한중 안보리 협의

14일 오후 9시(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포시즌스호텔에서 검은색 세단이 빠져나갔다. 황 본부장이 타고 있었다. 황 본부장은 이미 오후 4시 30분부터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 대표와 2시간에 걸친 회담에 이어 만찬까지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상태였다. 하지만 유엔을 담당하는 리바오둥(李保東) 외교부 부부장을 따로 만나기 위해 다시 나섰다. 리 부부장은 안보리 대북 제재 논의에서 중국의 기조를 결정하는 실무 책임자다.

황 본부장은 1시간 20여 분 뒤 숙소로 되돌아왔다. 이동 시간을 제외하면 1시간 남짓 협의한 것이다. 본부장이 북핵, 안보리 담당자를 한자리에서 만났다면 논의의 효율을 높였겠지만 중국은 그런 모습을 원치 않았다. 외교 소식통은 “6자회담 대표와 안보리 담당 외교부 부부장을 따로 만난 것은 북한·북핵 문제와 제재를 분리하겠다는 중국 의사가 반영된 것”이라고 전했다. 제재를 통한 북한 징벌에 초점을 맞춘 한미일과 달리 중국은 제재가 북한의 대화 복귀 수단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국 정부는 중국과의 협의 결과에 대해 “리 부부장이 ‘안보리 결의안을 시급성을 갖고 검토 중이며 결의 성안 과정에서 한국과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양측이 북핵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만 발표해 온도 차를 보였다.

○ ‘사드’ 압박 속 중국 체면 세워주기

박 대통령의 강력한 ‘중국 역할론’ 주문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는 대외적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 14일 황준국-우다웨이의 회동 장소와 시간을 비밀에 부치고 두 사람의 악수 사진은 외교부가 따로 촬영해 제공할 만큼 언론의 접근을 막았다. 전날 한미일 3국 6자회담 대표가 서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면서 “전방위 압박 외교를 펼칠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과 대조된다.

15일 서울에서 진행된 한중 국방정책실무회의에 대해서도 국방부 당국자는 “회담 내용은 중국의 강력한 요청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중국이 강력하게 반발해 온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문제가 한중 간에 논의됐는지에 대해서도 “말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미국은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다. 존 울프스털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핵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은 14일(현지 시간) 사드 배치와 관련해 “한미일 사이에 그런 욕구가 있다면 (사드는) 핵 억지 및 미군 보호 측면에서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숭호 shcho@donga.com·손효주 기자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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