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국부(國父)’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한상진 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어제 “(이 전 대통령은) 국부란 호칭이 갖는 도덕적 기준을 갖추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사실상 이 발언을 철회했다. 그는 “만일 우리 국민이 이 호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하면 초대 대통령으로 예우하면서 그분의 공(功)과 과(過)를 균형 있게 살펴보면서 사회 통합에 이르는 길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인터뷰에서 “이 전 대통령이 3선 개헌(‘사사오입 개헌’을 잘못 표현)을 안 했다면 국부임에 틀림없다”며 “그것으로 모자라 3·15부정선거 하다가 4·19혁명으로 망명해 여생을 외국에서 마친 불행한 대통령”이라고 한 위원장의 발언을 정면 비판해 논란이 이어졌다.
이승만 국부 발언은 14일 국립4·19민주묘지를 참배한 자리에서 나왔다. 그는 “어느 나라든 나라를 세운 분을 국부라고 평가하고 우리도 그래야 한다”며 “이 전 대통령은 많은 한계가 있었지만 그 공로를 잊어선 안 된다”고 했다. 4·19혁명은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서 비롯됐고 경찰의 발포로 많은 사람이 희생된 말년의 과오 때문에 그에게 국부란 호칭을 부여하는 데 주저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승만은 탁월한 국제정치적 감각으로 대한민국을 세웠고 6·25전쟁에 미국과 유엔의 지원을 이끌어내 나라를 구했으며 한미 상호방위조약으로 안보의 초석을 놓았다. 4·19 정신에 담긴 자유민주주의적 가치 역시 이승만 정권에 의해 도입되고 확산됐다. 4·19는 이승만을 부정한 것이 아니라 한 단계 높은 차원에서 이승만을 극복하고 지양(止揚)한 것으로 봐야 한다.
안철수 의원은 지난해 12월 창당 선언을 하면서 “이념적 정략적 대결을 끝내고 국민의 삶의 문제를 최우선으로 삼겠다”고 했다. 이념이나 정략이 아니라 국민의 삶이라는 시각으로 보면 남북한 중 어느 체제가 성공했고 그 성공의 씨앗을 뿌린 사람이 누구였는지도 금방 드러난다. 이승만 없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대한민국의 성공사는 쓸 수 없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상식적 평가를 도외시하고 ‘국부’란 말만 트집 잡는 현실이다.
문재인의 더불어민주당은 이승만 묘역을 참배하는 흉내만 냈지 이승만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참배했다 안 했다 오락가락하는 것이다. 좌파 역사학계가 주도한 이승만 폄하에는 대한민국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국민의당이 ‘낡은 진보’와 구별되는 합리적 진보를 자임하려면 이승만 묘역 참배에 비판이 나온다고 해서 김구 묘역 참배로 물타기나 하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승만은 이승만대로, 김구는 김구대로 당당히 평가할 수 있어야 그것이 합리적 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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