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 대표는 이르면 19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고, 이어 20일 선대위 출범과 함께 당 대표직을 사퇴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문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면서 실권을 선대위에 넘기는 ‘2선 후퇴’ 형식이 아닌, 완전한 사퇴를 의미한다. 이 경우 김종인 위원장이 이끄는 선대위가 사실상 ‘비상대책위원회’ 역할까지 겸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날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를 수습할 능력이 없다면 여기에 오지도 않았다”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부 친노 진영 인사는 문 대표 사퇴에 반대하고 있어 내부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 문, ‘2선 후퇴’가 아닌 ‘사퇴’
김 위원장은 문 대표의 거취에 대해 ‘2선 후퇴’ 대신 ‘사퇴’라고 못 박았다. 김 위원장은 10명 안팎의 선대위 인선을 마치고 18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연기했다. 당 관계자는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선대위 출범 후 대표직 사퇴’를 명확히 해 먼저 스스로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라고 했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은 문 대표 기자회견 이후까지 선대위 발표를 미룰 예정이다.
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사퇴 방침을 명확히 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표 측 관계자는 “이번 회견에는 (거취 등) 정무적인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견 시기도 하루 이틀 늦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문 대표와 김 위원장이 고려하는 건 대표와 최고위원이 총사퇴 후 전권을 넘기는 ‘비상대책위원회 방식’이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과 친노 진영에서는 사퇴 대신 문 대표와 최고위가 전권 위임을 의결하는 지난해 ‘혁신위원회 방식’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진성준 전략기획위원장은 “현행법과 당헌·당규상 공천을 하려면 당무위 의결을 거친 뒤 당 대표 명의의 공천장을 발부해야 한다”고 밝혔다. 선대위원장의 법적 권한을 놓고 진통이 일 수 있다는 얘기다.
○ 김, “선대위에 친노는 없다”
김 위원장은 “내가 친노의 압력에 의해 일할 것이라는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선대위에 친노는 한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는 ‘김종인 선대위’ 체제의 첫 작품이 친노 일부 의원에 대한 물갈이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문 대표 측은 “이미 총선 승리를 위해 김 위원장에게 모든 권한을 준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칼을 들이대는 것이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이라고 본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위원장 수락 직후 박병석, 우윤근 의원 등 중도·범친노 의원들에게 선대위 합류를 권유했고, 이날 열린 당 행사에 앞서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 등 최근 영입된 인사들에게도 선대위 합류를 제안했다. 김 위원장은 박영선 의원에 대해서도 “‘(탈당 대신) 야권통합위원장 같은 것이라도 맡아서 하면 괜찮지 않겠느냐고 했다”며 “무조건 선대위 (참여) 하라고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비주류 측은 문 대표의 최측근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역할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비주류의 한 의원은 “최 본부장이 총선기획단장 등 핵심 역할을 맡는다면 문 대표의 사퇴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김 위원장 영입과 문 대표 사퇴 가능성에 당 내부의 동요도 진정되는 분위기다. 박지원 의원과 함께 탈당설이 돌았던 의원들 중 일부에게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이윤석 의원(전남 무안-신안)은 이날 “문 대표가 대표직을 떠난다고 시사한 마당에 탈당이 올바른 길인지 심사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시장 공천에 반발하며 당을 떠났던 이용섭 전 의원은 이날 복당을 선언했다. 충청 지역 의원들도 “더민주당을 탈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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