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眞朴에 양보’ 총대 멘 대구 달성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19일 03시 00분


朴대통령이 발탁한 현역 이종진… “추경호 후보 지지” 불출마 선언
TK 현역들 ‘기권론’ 확산 촉각

박근혜 대통령의 지역구(대구 달성)를 물려받아 19대 국회에 입성한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이 18일 4·13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지역은 ‘진박(眞朴·진짜 친박)’으로 불리는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이 출사표를 낸 상태다. 물갈이론으로 술렁이는 TK(대구경북)에서 현역 의원이 진박 후보에게 처음으로 ‘기권’을 선언한 셈이다.

이 의원은 이날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추 전 실장을 믿고 백의종군하겠다”며 “지역과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저보다 (추 전 실장이)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용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회견 내내 추 전 실장을 단상 옆에 서 있도록 했다.

이 의원도 한때 ‘박근혜 사람’이었다. 2006년 지방선거 때 이 의원을 달성군수 후보로 추천한 게 박 대통령이었다. 당시 대구시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유승민 의원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승민 사태’ 때 이 의원이 중립적 태도를 보이자 ‘배신의 정치’로 찍혔다는 얘기가 돌았다. 유 의원은 사석에서 이 의원을 가리켜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의원의 불출마 선언을 두고 ‘TK 교통정리설’ 등 갖가지 추측이 나온다. 이 의원은 13일 대구지역 의원 가운데 처음으로 예비후보로 등록해 경선 완주 의사를 밝혔다. 그런 그가 닷새 만에 갑작스럽게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압력은 없었다”며 ‘청와대 개입설’을 차단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고 일축했다.

일각에서는 ‘자진 양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달성을 노리다 대구 중-남으로 옮긴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달리 추 전 실장의 출마에는 ‘박심(朴心·박 대통령의 마음)’이 실려 있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한 대구지역 의원은 “이 의원이 얼마 전 ‘(추 전 실장의 출마가) 청와대 의중이라면 내가 비켜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구지역 의원들은 이 의원의 불출마가 지역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역 의원의 ‘중도 하차’로 이른바 ‘진박 후보들’에게 더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유승민계의 연쇄 불출마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친박계 초선 의원은 “달성군은 박 대통령의 지역구라는 특수성이 있다”며 “모든 조직원이 박 대통령의 사람인 만큼 이 의원으로선 운신의 폭이 좁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TK에서 현역 의원들의 추가 불출마 가능성은 낮다는 얘기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박근혜#새누리당#유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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