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가장 강조한 건 ‘상향식 공천’이다. 그는 “정치 개혁의 완결판이자 정치사의 혁명”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당내 불안감은 여전히 크다. ‘상향식 공천=기득권 공천’이란 프레임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역 의원이 대거 승리하는, ‘재미도 감동도 없는’ 공천이 이뤄지면 새누리당 후보들은 여론시장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최측근인 김성태 의원마저 19일 언론 인터뷰에서 “상향식 공천이 총론이라면 각론이 보이지 않는다. 저쪽(야권)은 시끄럽지만 우리는 안정적으로 잘하고 있다는 식으로 대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 외에) 선거 전략이 따로 없다”고 선언했다.
이제 새누리당이 기댈 언덕은 경선 드라마뿐이다. 경선 과정에서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이변이 속출한다면 ‘민주적 공천’과 ‘이벤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그만큼 대중이 주목하는 ‘경선 하이라이트 지역’의 결과가 중요해졌다. 상향식 공천이 ‘대박’을 낼지, 아니면 ‘쪽박’을 찰지가 이들 지역의 경선 결과에 달린 셈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지역은 ‘정치 1번지’ 서울 종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김 대표의 험지 출마 요청을 거부하고 이 지역에서 3선을 한 박진 전 의원과의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종로의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과의 본선에 앞서 당내 혈투를 벌이게 된 것이다.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안대희 전 대법관도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공을 들인 강승규 전 의원의 벽을 넘어야 한다.
서울 서초갑과 서초을의 대결도 흥미롭다. 서초갑은 유승민 전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혜훈 전 의원과 박근혜 정부의 ‘신데렐라’로 통하는 조윤선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여걸 대결’을 펼친다. 서초을은 ‘박근혜 대 이명박’의 대리전 양상이다. 현역인 강석훈 의원은 박 대통령의 경제책사 출신인 반면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공식 스피커’다. 이 지역에는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과 정옥임 전 의원도 출사표를 냈다.
대구 동갑과 동을은 박 대통령이 불을 지핀 ‘진실한 사람들’ 논란의 심장부다. 동갑에선 류성걸 의원에 맞서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진박(진짜 친박) 후보’로 나섰다. 두 사람은 경북고 57회 동기동창이다. 동을에서는 유 전 원내대표와 이재만 전 동구청장이 맞붙는다. 경선 결과에 유 전 원내대표의 ‘정치적 미래’가 달려 있다. 박 대통령과 유 전 원내대표의 ‘입’으로 통하는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과 민현주 의원(전 원내대변인)이 겨루는 인천 연수 분구 지역의 경선 결과도 주요 관심사다.
이번 경선에서 도입된 1, 2위 결선투표제로 최종 공천자가 뒤바뀌는 이변이 연출될 수 있다는 점도 관전 포인트다. 경북 경주에선 정수성 의원과 정종복 전 의원,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 간 3파전이 뜨겁다. ‘후유증 없는’ 경선 드라마에 김 대표도 명운을 걸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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