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 주도의 국민의당이 어제 첫 의원총회를 열었다. 아직 창당준비 단계지만 국민의당에는 현역의원 15명이 참여하고 있다. 5명만 더 가세한다면 원내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하다. 여야 간 의안(議案) 협상에 참여하게 된다는 얘기다. 현재 재적 의원이 292명이라 국민의당 의원이 21명이 된다면 새누리당 의원 155명과 합쳐 재적 5분의 3을 넘게 된다. 두 당이 합의할 경우 국회선진화법을 믿고 더불어민주당이 반대하더라도 쟁점 법안의 합법적 처리가 가능하다. 국민의당은 교섭단체 구성에 대비해 오늘 원내대표를 뽑는다.
의총에서 장병완 의원은 “국민의당은 청년 기살리기를 민생의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가 아닌 소속 의원들의 무기명 비밀투표로 당론을 정해 당리당략에 발목 잡히지 않는 새로운 정치를 해야 한다는 발언도 나왔다. 당장 말은 그렇게 해도 국민의당이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밝힌 대로 ‘중도 개혁’ 노선으로 갈지는 법안 처리를 봐야 안다. 국민의당은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에 대해 “당론으로 찬성하겠다”고 했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까지는 더민주당과 뚜렷이 구분되는 노선이다.
그러나 노동개혁 5개 법안에 대해 국민의당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한 문재인 더민주당 대표와 같은 입장을 보였다. 파견법과 기간제법을 제외한 3개 법은 노동복지에 관한 내용이어서 노동개혁이나 일자리 창출과는 거리가 멀다. ‘노동귀족’과 다름없는 한국노총 민주노총의 편을 드는 국민의당이 과연 민생을 생각하는 당이라고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입법 촉구 서명운동 참여에 대한 구성원 간의 평가도 엇갈려 당의 정체성을 알 수가 없다.
안 의원은 “이번 총선은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양당 담합구조를 깨고 다당제로 갈지를 결정하는 선거”라며 “수십 년 기득권 양당체제에서 3당체제로 재편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야권 연대는 없다”고 선언했으나 과거 결정적 순간에 태도를 바꾼 ‘철수 정치’를 기억하는 국민이 아직도 많다. 국민의당이 진정 중도 개혁을 지향한다면 경제·안보 법안의 처리에서부터 민생 편에 서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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