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선진화법 개정안 ‘어이없는 실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1일 03시 00분


부칙에 시행시기 5월말로… 19대때 적용 못해 상정뒤 수정안 내기로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개정 추진이 궤도에 올랐지만 또 다른 논란이 도사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셀프 부결’시킨 선진화법 개정안에 대해 20일 현재 80여 명의 서명을 받았다. 국회법 87조(상임위 부결 법안이라도 의원 30인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부의)에 따라 본회의가 열리는 대로 선진화법 개정안을 상정할 요건을 갖춘 셈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선진화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면 바로 수정안을 내기로 방침을 정했다. 개정안의 부칙 때문이다. 권성동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 부칙에는 ‘이 법은 2016년 5월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돼 있다. 5월 30일은 20대 국회 개원일이다. 개정안이 당장 통과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선 쟁점 법안 처리의 직권상정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새누리당은 애초 야당의 반대로 쟁점 법안 처리가 꽉 막히자 재적의원 과반수가 요구하면 직권상정할 수 있게 선진화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어이없는 부칙’ 때문에 19대 국회에선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 새누리당이 선진화법 개정안을 일부러 부결시켜 ‘꼼수 논란’을 빚은 데 이어 곧바로 수정안을 내기로 하면서 야당의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 선진화법 ‘그때 그 주역’은 지금

선진화법 개정안의 단독 처리가 현실화하면서 과거 이 법을 주도했던 새누리당 주역 7인의 입장이 관심을 끈다. 이들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엇갈린 목소리를 내놓았다.

2012년 5월 선진화법 처리 당시 원내 사령탑이었던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사석에서 “선진화법 때문에 법안 처리가 안 된다는데 오히려 통과된 법안 수는 전보다 많다”며 “국회 운영이 안 되는 이유는 법 때문이 아니라 정치력 부재 탓”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당시 본회의에서 찬성 토론에 나섰던 황영철 의원은 “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에 상정조차 할 수 없다. (다수당 단독) 강행 처리가 차라리 국회를 굴러가게 하는 현명한 방식이었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19일 ‘공개 반성’을 한 뒤 바로 개정안 부의 요구에 서명했다.

2010년 ‘국회바로세우기모임’을 구성해 선진화법을 태동시킨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금처럼 운영할 바에는 선진화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쟁점 법안도 숙려 기간(180일)이 지나면 본회의에 자동 상정되도록 하는 조항이 빠지며 선진화법이 퇴색됐다는 얘기다.

통과를 주도했던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개정 방향에 대해 “직권상정 요건을 확 풀면 국회는 다시 몸싸움의 국회로 돌아간다”며 “몇 가지 쟁점 법안에 민생 법안 처리가 발목 잡히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 ‘국회법 57조(안건조정위원회)’를 야당이 엉뚱하게 쓰지 않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김세연 의원은 당내에서 선진화법 지키기 투쟁을 하고 있다. 그는 “칼은 쓰기 나름”이라며 “의원들의 소신 투표와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책임 정치가 맞물려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송찬욱 기자
#새누리당#선진화법#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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