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출신 총선 도전 이례적… 동서화합 앞세워 대권 노릴수도
일각선 “국민의당서 영입” 전망
“당에서 요청하면 출마를 검토해 볼 수도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사진)이 최근 사석에서 한 발언이다. 그가 출마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역은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동이 아닌 야권의 심장부인 광주다. 새누리당으로선 험지보다 못한 ‘사막’인 곳이다. 정 의장은 현재 무소속이지만 새누리당 출신이다. 정 의장은 당시 이 자리에서 “광주의 세 그룹이 출마를 요청했다”고도 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관계자는 20일 “당의 요청과 상관없이 정 의장이 4·13 총선에서 광주 출마를 고려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통상 의장을 지내면 정계를 은퇴하지만 정 의장은 ‘동서 화합’을 내세워 마지막 정치적 승부수를 띄울 수 있다는 얘기다. 그가 광주에서 승리한다면 차기 대선주자 후보군에 오를 수도 있다. 새누리당으로선 정 의장의 ‘불모지 도전’을 응원해야겠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새누리당이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국회선진화법 개정의 운명은 전적으로 정 의장 손에 달렸다. 그가 개정안을 표결에 부치면 야당의 반대로 꽉 막힌 법안들을 일거에 털어낼 수 있다. 설령 개정안을 당장 표결에 부치지 않더라도 마치 표결할 것처럼 야당을 압박해야 다른 법안의 협상도 물꼬가 트인다. 그런데도 정 의장은 전날 “잘못된 법을 고치면서 또 다른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선진화법 개정안을 ‘꽃놀이패’로 활용하려던 새누리당으로선 일격을 당한 셈이다.
그러자 여권에선 정 의장의 ‘비협조’가 향후 정치 행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가 전날 “박형준 국회 사무총장이 ‘안철수당’으로 간다고 알려져 있는데 사실이면 해임해야 한다”고 날을 세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박 사무총장은 정 의장의 핵심 참모다. 여권 일각에선 박 사무총장이 국민의당으로 옮기면서 ‘정 의장도 모셔갈 수 있다’는 추측성 전망까지 나온다. 국민의당 김영환 전략위원장은 20일 언론 인터뷰에서 “(박 사무총장 등) 이명박 정권 때 참여한 실용주의자들을 적극 영입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 의장은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두고도 청와대와 충돌했다. 새누리당 이인제 최고위원은 이날 “여당이 총의를 모아 의장에게 요구해도 딱 거부해 버린다. 의장이 하늘에서 떨어졌느냐”고 성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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