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21일 오전 4·13총선 경선에서 서울 마포갑 예비후보로 등록한 안대희 전 대법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을 안 전 대법관으로 결정했다는 ‘깜짝 발표’ 직후였다.
“이번 총선에서 당력 배가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 최고위원으로 지명했습니다.”(김 대표)
“고맙습니다.”(안 전 대법관)
○ ‘안대희 최고위원’ 카드 지난주부터 사전 조율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직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안 전 대법관의 최고위원 지명 사실을 깜짝 공개했다. 김 대표는 “안 전 대법관이 시대의 화두인 정치개혁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안 전 대법관도 “총선 승리를 위해 밀알이 되겠다”며 수락해 이르면 25일 최고위부터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는 깜짝 발표였지만 김 대표는 이미 14일 최고위에서 일부 최고위원들과 사전 교감을 마쳤다고 한다. “험지 출마를 결심한 안 전 대법관을 예우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에 공감했고 21일 최고위원 전원이 동의한 것이다.
○ ‘불공정 경선’ 우려의 목소리도
당내에선 이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안 전 대법관은 마포갑 경선을 치러야 하는 예비후보인데 ‘당 지도부’ 자격으로 최고위에 참여하면 경선 룰 결정 과정에서 다른 최고위원들이 이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안 전 대법관이 영입 인사로 분류돼 100% 여론조사 경선을 치를 경우 당내 기반이 취약하다는 약점을 메워주는 특혜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본인 경선과 관련된 최고위 의결에서는 안 전 대법관을 제외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안 전 대법관이 출마 지역을 공식 발표하기 전부터 당 지도부에서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을 고려했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서울지역 한 재선 의원은 “상향식 공천의 핵심은 공정한 경선”이라며 “예비후보를 당 지도부로 만들어 스스로 경선 룰을 정하게 하는 건 공정 경선을 주장해온 김 대표의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강승규 전 의원도 “경기에 나선 선수를 공천 룰을 정하는 심판으로 임명한 것”이라고 반발하며 당원 30%, 국민 70%가 참여하는 경선 방식을 요구했다.
○ “인재 수혈 vs 돌려 막기”
이날 김 대표는 지난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문대성 의원(부산 사하갑)의 인천지역 출마 권유 사실도 공개했다. 김 대표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체육 발전에 더 큰 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출신인 문 의원은 김 대표의 권유를 수락했다. “정치는 거짓과 비겁함만이 난무하는 곳”이라며 불출마 선언을 한 지 한 달 만에 번복한 것이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초선) 지역구인 인천 남동갑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당내에선 “총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의견과 “총선에 나설 인재 풀이 그만큼 없다는 얘기”라는 비판이 함께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이날 새누리당에 입당한 조경태 의원은 부산 사하을 경선에 나서기로 했다. 그는 “당에서 정해 놓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정정당당하게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부산지역 의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낙동강 벨트’ 싹쓸이를 기대하는 한편으로 오히려 야당 지지자를 결집시켜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 출신인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화합을 잘해야 될 텐데 걱정이 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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