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이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한 장의 사진이 화제다. 대구지역에 출마한 예비후보 6명이 이날 아침 대구 남구의 해장국집에서 ‘총선 필승’을 외치는 모습이다. 정 전 장관은 사진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행동을 같이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썼다. 해장국을 함께 먹은 6명이 박근혜 대통령이 말하는 진실한 사람인 ‘진박(진짜 친박)’이라는 인증샷인 셈이다.
▷이들은 정 전 장관 외에 윤두현 전 대통령홍보수석, 곽상도 전 대통령민정수석,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하춘수 전 대구은행장,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이다. 이들은 “현역 의원들의 헌신이 부족했다”며 ‘현역 심판론’을 주창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후보까지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대구에선 여당 후보들끼리 “누가 진짜 친박인가”를 놓고 다툼이 치열하다. 참기름에 하도 가짜가 많다 보니 ‘순 진짜 참기름’이라고 하는 격이다.
▷헌법학 교수 출신인 정 전 장관이 진박 논쟁에 기대 표 몰이를 하겠다는 태도는 실망스럽다. 이재만 전 동구청장은 ‘진박 6인, 반격의 서막’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자신들을 ‘친유승민계 현역 의원들의 대항마로 낙점된 친박 6인’으로 지칭했다. 유승민 의원의 수행단장을 지낸 이 전 청장은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이 없는데도 자신을 ‘진진박’이라고 주장하니 코미디가 따로 없다. 보이지 않는 손이 달성 출마를 준비 중이던 곽 전 수석과 추 전 실장의 지역구 교통정리까지 한 대구는 상향식 공천의 ‘치외법권지대’인가.
▷이들의 노골적인 ‘진진박 마케팅’은 생각보다 지지율이 뜨지 않는 초조감의 반영인 듯하다. 오죽하면 ‘진박 퍼포먼스’까지 하는 건지 구차해 보인다. 정치에 대한 비전 제시 없이 대통령 의중만을 심판의 기준으로 삼아달라는 것은 대구 유권자를 우롱하고 정치를 후퇴시키는 일이다. 청와대는 ‘진진박 마케팅’이 대통령 뜻이 아니라면 분명하게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대구는 물론이고 다른 지역에서도 민심의 역풍을 부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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