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의원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김대중 대통령(DJ)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난다”고 밝혔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가신그룹인 동교동계의 좌장격인 권노갑 전 상임고문 등이 탈당한 데 이어 김 전 대통령의 ‘영원한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마저 더민주와 결별하게 된 것.
박지원 의원은 탈당 배경과 관련해 “민심에 맞서는 정치는 옳지도 않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다. 저는 민심을 따르겠다”며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난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 등 신당에 합류하지 않고 제3지대에서 야권 통합을 위한 독자행보를 걷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나타낸 것.
이어 “문재인 대표는 저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다”며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저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문 대표에게 섭섭한 마음을 전했다.
박지원 의원은 “야권은 이미 오분육열 됐다. 모두 자신의 길만 옳다고 한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낸 뒤 “그러나 야권 통합,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최종 목적지는 반드시 같아야 한다”고 야권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그네의 절박한 심정으로 야권 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다”며 “저는 길 잃은 야권 통합, 꺼져가는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먼저 남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박지원 의원은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한다.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다”며 “우리는 다시 만나 결국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고 탈당 회견문을 마무리했다. 박지원 의원은 4·13 총선 전 야권통합이 이뤄지지 않으면 무소속으로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이날 오전 탈당 기자회견에 앞서 국립현충원의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고 김 전 대통령의 부인인 이희호 여사를 예방했다.
이로써 안 의원의 탈당 후 더민주를 떠난 현역의원은 18명으로 늘었고, 더민주 의석수는 109석으로 줄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 다음은 박지원 의원 탈당 기자회견문 전문▼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나며”
저는 오늘 더불어민주당을 떠납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 창당한 당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이 떠납니다.
민심에 맞서는 정치는 옳지도 않고, 결코 성공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민심을 따르겠습니다. 분열된 야권을 통합하고 우리 모두 승리하기 위해서 잠시 당을 떠납니다.
문재인 대표는 저와 치열하게 경쟁했지만 저에게 좋은 제안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함께 하자는 문재인 대표의 제안은 분열을 막을 명분이 없었기에 저는 결단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에겐 당을 바꿀 힘이 부족했음을 통렬히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야권은 이미 오분육열 되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길만 옳다고 합니다. 그러나 야권 통합,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최종 목적지는 반드시 같아야 합니다.
이제 저는 누구도 탓하지 않고 길에게 길을 묻고, 물방울에게도 길을 묻는 나그네의 절박한 심정으로 야권 통합의 대장정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사를 바꾼 위대한 혁명도 결국은 한사람의 용기에서 시작했습니다. 저는 길 잃은 야권 통합, 꺼져가는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함께 할 동지들을 생각하며 아무도 걷지 않은 눈밭에 발자국을 먼저 남기겠습니다.
그 길을 간절히 염원하는 동지들이 있고, 그 길이 국가와 국민을 향한 무한 책임이기에 물방울은 물결이 되고, 강은 바다에서 만난다는 믿음을 나침반 삼아 가겠습니다.
분열하면 패배하고 통합단결하면 승리합니다. 김대중 정신과 함께 하는 전국의 동지들을 위해 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야권 통합에 의한 총선승리, 정권교체의 밀알이 되기 위해 혈혈단신(孑孑單身) 절해고도(絶海孤島)에 서겠습니다.
우리는 다시 만나 결국 승리할 것을 확신합니다.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2016. 1. 22. 박 지 원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