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었다. 그가 공직을 맡기 훨씬 전인 2006년 12월 한 인터넷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낙동강 전선’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한강 전선이 아니라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온다. 역사의 해안가에서 지금 날개 달고 날 채비하는 사람이 많다. 바람이 없기 때문에 뜨지 못하는 거다.” 당시엔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됐다. 돌이켜보면 18대 대선 후보로 나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나 부산경남(PK)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의 부상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니었는지 짐작된다.
▷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중 평소 “퇴임하면 경남 김해 봉하마을로 귀향해 살겠다”는 말을 하곤 했었다. 퇴임 후인 2008년 가을 문성근 씨가 찾아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은 “내가 왜 여기 왔는지 아느냐. 열린우리당이 전국정당이 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라고 말했다. PK에서 친노 정치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구상이었다. 결국 안 지사의 ‘낙동강 전선’ 발언은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대신 말한 것인지도 모른다.
▷PK의 낙동강 하류 지역 가운데 더민주당계 정당의 지지도가 높은 지역을 ‘낙동강벨트’라고 한다. 낙동강 전선의 핵심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로 치면 부산의 사상 사하갑 사하을 북-강서갑 북-강서을 5곳, 경남의 김해갑 김해을 양산 3곳이 여기에 속한다. 19대 총선 때 PK 34개 선거구 가운데 민주통합당이 3곳에서 당선자를 냈는데 모두 낙동강벨트에서다. 다른 5곳도 모두 40% 이상의 득표로 아슬아슬하게 졌다.
▷낙동강벨트 3곳 당선자 가운데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이 얼마 전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겼다. 문 대표(부산 사상)는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갑)의 거취마저 불확실하다. ‘원조 친노’ ‘리틀 노무현’으로 불리던 3선 조 의원의 이탈은 PK 친노 세력의 균열을 상징한다. 호남 세력과 함께 더민주당을 지탱하던 다른 한쪽 날개마저 이상이 생긴 셈이다. 이러고도 더민주당과 문 대표가 계속 잘 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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