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대신 군화, 男부럽잖은 딸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6일 03시 00분


식지 않는 여대생 ROTC 인기

동계훈련 입소를 앞두고 23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학군단(ROTC) 전용 기숙사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던 김혜인 후보생 가족(왼쪽)과 허하은 예비후보생 가족이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동계훈련 입소를 앞두고 23일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학군단(ROTC) 전용 기숙사에서 작별 인사를 나누던 김혜인 후보생 가족(왼쪽)과 허하은 예비후보생 가족이 환하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이 추위에 딸을 군대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말로 할 수 있겠어요? 그렇지만 재수까지 하면서 나서는 길인데 응원해줘야죠.”

서울 기온이 섭씨 영하 16도까지 곤두박질치며 기록적인 한파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3일 성북구 성신여대 학생군사교육단(ROTC) 전용 기숙사. 허만준 씨(56)와 문영미 씨(52)는 전투복 차림의 딸 허하은 예비후보생(22·스포츠레저학과 2학년)과 짧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24일부터 충북 괴산군의 육군학생군사학교에서 동계 입영 훈련을 받는 딸을 배웅하는 자리였다.

허 교육생은 고등학교 시절부터 여대에 학군단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여군(女軍)의 꿈을 키웠다. 지난해 지원했다 떨어지자 휴학한 뒤 올해 다시 도전해 합격했다. 아버지 허 씨는 “여덟 살 많은 오빠는 인대 부상으로 군대에 보내지 못했는데 딸을 보내게 됐다”며 “아직 아기 같지만 더 성장하고 많이 배워서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며 딸의 손을 힘껏 잡았다.

이날 경기 용인시에서 역시 부모님과 함께 기숙사로 돌아온 김혜인 후보생(22·운동재활복지학과 3학년)은 지난해 입단식을 거치고 후보생으로 훈련을 받았다. ROTC는 2학년 때 교육생으로 선발해 3학년 때 후보생으로 입단하게 된다. 세 번째 훈련에 들어가는 김 후보생의 눈빛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고등학교 시절 특공연대에 병영체험을 다녀와서는 “저렇게 당당하게 경례를 받는 곳인데 남자들은 왜 군대를 싫어하는지 모르겠다”며 군인의 꿈을 키워왔다.

이날 딸들을 배웅하러 먼 길을 함께 온 가족들은 눈물을 비치지 않았다. 오히려 야심 찬 꿈을 이루기 위해 당당하게 훈련을 떠나는 딸들을 “주변에서 다들 부러워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2010년 숙명여대 등에서 처음으로 60명을 선발한 여군 학군후보생은 2012년부터 매년 250명을 선발하고 있다. 매년 선발 경쟁률이 5 대 1을 넘겨 남자보다 높은 인기를 얻으면서 국방부가 다음 달 ‘여대 학군단’을 더 창단하기로 했다. 숙명여대 성신여대(2011년 창설)에 이어 세 번째 여대 학군단이다. 현재 광주여대 덕성여대 서울여대 이화여대 등 4곳이 경쟁하고 있다.

ROTC를 마친 여학생들은 남학생과 동등하게 각기 병과를 부여받고 28개월 동안 장교로 복무한 뒤 전역하거나 장기 복무하게 된다. 군 당국은 군 복무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고 남성과 같은 기준으로 경쟁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여기는 점을 ‘여대 학군단’ 인기의 비결로 보고 있다. 전역하고 취업에 나서도 리더십과 조직 적응력을 갖춘 여성 인재로 평가받고 있다. 여대 측에서도 이런 장점 때문에 학군단 후보생들에게 장학 혜택과 해외연수 기회 등을 제공하고 있어 후보생들은 ‘경쟁을 뚫고 선발됐다’는 자부심도 크다. 군 당국은 여대 학군단 후보생들이 동·하계 입영훈련 결과에서 최상위권에 포함되고 임관할 때도 상위권을 차지할 뿐 아니라 부대 배치 후에도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학군단 유치 경쟁에 뛰어든 한 여대 관계자는 “학군단 출신 인재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높아지고 취업 등에서도 유리한 점이 많아 놓칠 수 없는 기회다”라며 “사전 여론조사에서도 유치를 지지하는 학생이 많아 나서게 됐다”고 전했다. 학군단이 없는 여대에서는 학사장교 시험에 응시하는 학생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4곳의 여대를 대상으로 25일부터 현지실사를 시작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rotc#여대생#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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