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가 27일 최고위원회의를 끝으로 대표직을 사퇴하고 평당원 신분으로 돌아갔다. 지난해 2ㆍ8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선출된 뒤 채 1년이 못되는 354일만이다.
문 대표는 이날 중앙위원회 회의에서 최고위원들과 함께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한 뒤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는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에게 전권을 이양했다.
문 대표는 “저는 오늘 평당원으로 돌아간다”며 “(당 대표직이) 제겐 큰 영광이었고, 고통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평당원이 돼서도) 백의종군하며 도리와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분열주의에 맞서며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치고 서로 존중해야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고,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다”며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문재인 의원의 당 대표직 사퇴와 함께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비대위에는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우윤근 전 원내대표, 변재일 의원, 이용섭 전 의원 등이 참여한다. 문재인 의원이 영입한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장과 김병관 웹젠 이사회 의장 등도 포함됐다.
김 위원장은 비대위 구성에 대해 “지역적으로도 비교적 골고루 됐고, 성향으로도 내추럴(중립적)하지 않나 싶다”며 “어려운 처지의 당을 보다 활력 있게 끌고 가서 4·13 총선에서 기필코 승리하겠다”고 밝혔다.
▼ 이하 문재인 더 민주 당 대표 사퇴 전문 ▼
저는 오늘 평당원으로 돌아갑니다. 당 대표로서의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제겐 큰 영광이었고, 고통이었습니다.
영일(寧日)이 없는 힘든 날들의 연속이었습니다. 단 하루도 대표직에 연연한 적이 없는데, 오해도 많았습니다. 마음 같아선 다 놓을까, 다 던질까 생각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퇴문을 준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 대표에 출마하며 내세웠던 원칙과 약속을 마지막까지 지키기 위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온갖 흔들기 속에서도 혁신의 원칙을 지켰고, 실천했습니다. 계파공천과 밀실 공천을 원천적으로 막는 공정한 공천 절차를 마련했습니다. 공천권도 국민에게 돌려드렸습니다. 인재영입을 통한 변화의 큰 물결도 시작됐습니다. 국민과 당원, 지지자들께 조금이라도 덜 미안한 마음으로 물러날 수 있게 됐습니다. 미처 못 다한 일은 새 지도부에 무거운 짐을 넘깁니다.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새로 꾸려진 비대위, 선대위가 총선승리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국민들과 당원들이 많이 성원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백의종군하며 도리와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특별하게 당부 드립니다. 당의 질서와 기강, 민주적 리더십의 확립이 중요합니다. 제가 겪었던 참담한 일들이 또다시 되풀이 되어선 안 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지도부를 향해 또다시 벌어진다면, 제가 가장 먼저 나서서 새 지도부에 전폭적인 신뢰와 힘을 실어드릴 것입니다. 우리는 분열주의와 맞서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하나로 뭉치고 서로 존중해야만 총선 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합니다.
대표를 하는 동안 가장 가슴 아팠던 일은 호남 의원들의 탈당과 분열이었습니다. 우리 당의 심장인 호남 유권자들의 실망과 좌절이었습니다. 쓰라린 마음으로 사과드립니다. 이유야 어찌 됐든 다 저의 책임이고 제가 부족해 그렇게 된 것이니, 저의 사퇴를 계기로 노여움을 풀어달라는 간곡한 부탁을 드립니다. 제가 그만두는 것으로 미움을 거둬주시고 부디 한 번 더 우리당에 기대를 가져주십시오. 무작정 지지해 달라고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우리당의 변화를 지켜봐 주십시오. 달라졌다고, 노력한다고 인정되면 다시 지지를 보내주십시오.
이미 우리 당에서 기적 같은 변화가 시작됐습니다. 새로운 인물들이 우리 당의 놀라운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뉴파티,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낼 것입니다. 10만이 넘는 온라인 신규당원들이 활력소가 될 것입니다. 나무는 뿌리의 힘으로 겨울을 버텨냅니다. 오래 동안 당을 지켜온 분들이 뿌리처럼 든든하게 받쳐주실 것입니다. 그것이 우리 당의 저력입니다.
낙엽이 떨어져야 새 잎이 돋고 꽃이 피는 법입니다. 저의 퇴진이 우리 당의 변화와 발전과 진보의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당을 잘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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