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고 이후 20개월 넘게 공석이던 한국해운조합 이사장에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국회 정무위원장)의 현직 보좌관이 선출되면서 ‘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25일 해운조합 임시총회에서 참석 대의원 21명 중 12표를 얻은 오인수 보좌관이 20대 이사장에 선출됐다. 오 씨는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한 정치권 인사로 해운이나 안전과 관련된 경력이 전무하다.
이사장 후보에 지원한 해운 전문가들이 여럿인데도 비전문가인 오 씨가 선출된 과정부터 석연찮다. 본보 취재 결과 복수의 대의원이 선거 전 “오 씨에게 투표하라”는 외압성 전화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전문성이나 경력을 살펴보면 세월호 사고 같은 참사를 막을 직무수행 역량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 정 의원이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을 때 해운조합과 연결고리가 생긴 듯하다.
연안 여객선과 화물선 등 2000여 개 선사가 모인 해운조합은 1962년 출범 이래 이사장 12명 중 10명이 해수부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해운조합은 해수부에서 위임받아 선박의 안전운항 관리를 책임진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부실한 관리감독과 더불어 ‘해피아’(해수부+마피아)와의 고질적 유착관계가 낱낱이 드러나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 때 “퇴직 관료들이 관행처럼 자리를 차지했다”고 해운조합을 콕 집어 비판한 바 있다.
세월호 이후 관피아 대신 정피아들이 유관단체나 공공기관에 속속 낙하산으로 내려오면서 경영공백과 기강해이가 심각하다. 해운조합의 이사장은 연안 해운안전을 위해 ‘해피아’ 적폐를 개혁할 인물이어야 한다. 정피아를 그 자리에 앉게 한다면 이 정부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다. 이사장의 최종 승인권을 가진 해수부가 당장 내정을 취소해야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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