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문제에 대한 미국 당국자의 발언이나 외신 보도가 나올 때마다 ‘3NO(요청, 협의, 결정 없음)’ 원칙을 고수했다.
미국이 ‘공식 요청’을 하면 후속 협의를 거쳐 결론을 내겠다는 수동적 태도로 일관한 것.
이런 상황에서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이달 북한의 4차 핵실험을 계기로 다시 논의되기 시작했다”며 “막후에선 사드가 거의 타결되는 데 근접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최근 워싱턴과 서울 간 비공식 협의가 늘어났다”면서 “한국이 사드를 들여오는 방향으로 기울었다”고 보도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이어 장거리미사일 발사까지 준비하는 상황에서 사드는 한국의 긴요한 방어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는 패트리엇(PAC-2) 미사일만 갖고 있다.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능력이 증가하는 현실에 대처하기 위한 차원이긴 하지만 사드의 한국 배치 논의가 본격화되면 중국과의 ‘외교 일전(一戰)’이 우려된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비공식 석상이나 물밑 채널로 최대한 조심스럽게 사드 문제를 검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가 ‘3NO 원칙’을 견지하면서도 사드의 군사적 효용성 등 기술적 사항에 대해 실무 차원에서 파악 중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군 고위 소식통은 29일 “한미 양국이 북핵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실무 차원에서 사드 관련 얘기를 수차례 나눴다”고 말했다. 양측이 지속적으로 교감해 왔다는 말이다.
결국 사드 배치 문제의 핵심은 중국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묘책을 찾는 것으로 모아진다. 군 관계자는 “미국이 주한미군 방어를 위해 사드 배치를 요청하면 한국이 동맹 차원에서 수용해 배치 수순을 밟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자국의 군사 활동 감시라는 중국의 비난을 감안해 한국에 배치될 사드 레이더를 전진 배치용(감시거리 최대 1800km)이 아닌 낙하 단계의 탄도미사일을 찾아내는 ‘종말 단계용’(감시거리 600km)을 운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사드 배치 논의설을 부인해 온 미국도 북한의 4차 핵실험 이후 기류 변화를 보였다. 최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미군의 고위 관계자들이 한국 등 동아시아 지역에 사드 배치나 미사일방어(MD) 강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 대신 한국은 주한미군 부대 이외의 사드 추가 도입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2020년대 초까지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와 킬 체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예산 문제를 고려할 때 추가적인 사드 도입은 고려하기 힘들다고 군은 밝혀 왔다.
한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9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통화에서 케리 장관의 방중(26, 27일) 결과를 공유하고 북한 핵실험 및 추가 도발에 대한 전략을 협의했다. 케리 장관은 통화에서 방중 기간에 ‘미국은 동맹국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 사실을 설명한 뒤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 도발 대책을 강구해 나가자는 데 윤 장관과 인식을 같이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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