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필요성을 제기해 온 가장 큰 이유는 북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 주둔 중인 주한미군과 그 가족의 생명은 물론이고 미 본토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을 정도로 북한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 수뇌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및 경량화 기술이 미 본토를 위협할 만큼 발전하고 있다고 경고해 왔다.
한동안 수면 아래에 잠겨 있던 사드 한반도 배치론이 워싱턴 정가에서 대세를 형성하게 된 계기는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이었다. 에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11일 기자와 만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수정이 불가피하다. 필요하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해 한미 양국을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도 13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이제라도 한반도의 사드 배치 논의를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미 정부에 촉구했다.
하지만 중국은 요지부동이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정부는 유관 국가(한국)가 (사드 배치 문제를) 신중하게 처리하기를 희망한다”며 사드 한반도 배치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경계했다.
사드 한반도 배치가 현실화될 경우 지난해 9월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해 가며 다져 놓은 한중 관계가 어느 정도 금이 갈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중국 관영 매체들은 연일 ‘사드 배치 불가론’을 외치고 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27일자 사설에서 “사드를 배치해 중국을 압박한다면 중국의 안전 이익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한국이 정말로 그렇게 한다면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은 4차 핵실험에 뒤이은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상은 예정돼 있던 오키나와(沖繩) 방문 계획을 취소한 채 도쿄에서 비상 대기 중이다. 나카타니 방위상은 북한 탄도미사일이 궤도를 이탈해 일본 영토에 떨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자위대에 ‘파괴조치 준비명령’을 내렸다. 이미 이지스함을 북한과 가까운 해역에 배치해 요격 태세를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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