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여당의원의 인사-취업 청탁, ‘흙수저’ 가슴에 불 지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0시 00분


정용기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2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문자메시지로 대전의 중소기업 대표로부터 딸과 사위의 의사 인턴 취업 부탁을 받고 고교 선배가 운영하는 개인병원의 원장에게 청탁하는 장면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12월엔 김광림 새누리당 의원이 모 은행 안산지점에 근무하는 친조카를 본점 또는 강남지점으로 이동시켜 달라는 인사 청탁 메시지를 보내다 들켰다. 카메라에 우연히 찍힌 게 이 정도이면 평소 의원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부정한 청탁이 오가는지 알 만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어제 산업화와 민주화 세대를 거쳐 정보화 세대로 넘어오면서 직업 지위와 계층의 고착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냈다. 관리전문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관리전문직에 종사하는 비율은 민주화와 정보화 세대에서 모두 평균의 2배 정도로 높게 나타났다. 단순노무직 아버지를 둔 자녀가 역시 단순노무직인 비율은 정보화 세대에서 평균보다 5배나 높았다.

경제 활동에서 지식 요소가 점점 더 중요해지다 보니 교육을 통한 계층 대물림은 전 세계가 고민하는 문제다. 다만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사교육의 비중이 월등히 높아 계층 대물림의 가능성이 훨씬 크다. 여기에 지난해 청년 실업률이 사상 최고인 9.2%에 이를 만큼 일자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일부 권력층 부모가 교육을 마친 자녀의 취업에까지 개입하고 있어 불공정 사회의 우려를 더한다.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신기남 의원이 자녀의 로스쿨 졸업 시험 낙제를 막기 위해 로스쿨을 찾아가 압력을 행사했다가 중징계를 받았다. 같은 당 윤후덕 의원은 지역구에 있는 대기업에 로스쿨 출신 딸의 취업을 청탁한 사실이 드러나 딸이 사표를 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는 최경환 전 부총리가 지역구 사무실 인턴 출신을, 국가보훈처 고위 간부가 박승춘 처장 아들의 취업을 대신 청탁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권력자의 잇따른 부정한 취업이나 인사 청탁은 취업 전선에서 수십 번씩 고배를 마시는 청년들의 가슴에 불을 지른다. 정 의원이나 김 의원의 청탁은 단순한 불찰로 보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당 차원에서 엄한 징계를 내리고 유권자들은 표로 심판해야 한다. 지난해 금수저 흙수저라는 신조어가 유행할 만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위화감이 커졌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경쟁은 공정한 신뢰사회라야 함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여당#취업#흙수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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