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낯 뜨거운 ‘진박 마케팅’ 대통령이 중단시키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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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친박근혜) 좌장인 최경환 의원이 노골적인 ‘진박(眞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최 의원은 그제 하춘수 대구 북갑 새누리당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지금 박근혜 대통령은 발목을 잡히는 정도가 아니라 발목이 부러질 정도다. 대구경북만이라도 도와줘야 할 거 아닌가”라고 호소했다. 최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당선된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4년 동안 한 일이 무엇이냐. 야당이 대선 불복하고 댓글 사건으로 흔들어댈 때 충청권, 강원권 의원들 나와서 싸웠다. 대구 의원들 그때 어디 갔었나”라며 비박 현역 의원들을 싸잡아 비판했다.

최 의원은 이 지역 진박 예비후보들의 개소식을 모두 돌면서 지원사격을 할 예정이다. 새누리당 경선을 앞두고 현역 대신 진박 후보를 밀어달라며 ‘TK(대구경북) 정서’를 자극하고 있다. 경북(경산-청도)이 지역구인 최 의원이 박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대통령을 팔며 현역 의원들을 비난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난 총선 때 이들 현역 의원을 공천한 주역은 박 대통령과 최 의원이 아니던가. 이제 와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물갈이를 말하려면 먼저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한다.

최 의원의 낯 뜨거운 ‘진박 마케팅’은 초조함 때문으로 보인다.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정치세력을 구축해야 하는데, 정작 텃밭의 진박들이 힘을 못 쓰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김무성 대표도 진박 마케팅에 대해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진박 마케팅은 효과가 없을뿐더러 박 대통령의 선거 개입 인상을 부각시켜 수도권 등 다른 지역의 표심을 갉아 먹는다.

그럼에도 청와대 관계자는 어제 “대구 출신 의원이 대통령과 정부를 위해서 기여한 바가 뭐가 있는지 한번 찾아보라”고 최 의원의 발언에 맞장구를 쳤다. 기왕에 진박 후보들을 내려 보냈으면 상향식 공천 제도에 따라 공정하게 승부하면 된다. ‘박근혜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식의 수준 낮은 진박 마케팅을 중단시킬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 없다. 지난달 신년기자회견때 ‘동물국회가 식물국회로 됐다’며 국회와 한국 정치 수준을 통렬하게 비판하지 않았던가.
#진박#박근혜#진박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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