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겸 선거대책위원장 일행이 나타나자 지지자들 사이에선 “김종인 멋지다. 박수!” “힘을 팍팍 실어주자” 등 응원이 터져 나왔다. 권양숙 여사는 “최선을 다해 한번 해봅시다. 이번 총선에서 뭔가 보이는 것 같으니 열심히 해 달라”고 말했다. 불과 20일 전 이곳을 찾은 안철수 의원에게 쏟아진 비난과는 대조적이었다. 이날 오전에 찾은 광주와도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 5·18 묘지에 무릎 꿇었지만…
지난달 29일 여야가 합의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일명 원샷법)과 북한인권법 처리를 무산시킨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위원장과 지도부는 이튿날 곧바로 광주로 달려갔다. 자신의 과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전력 논란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31일 오후 봉하마을 방문에 앞서 오전엔 광주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했다. 윤상원·박기순 열사 묘 앞에선 무릎을 꿇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국보위에 차출되다시피 들어가 나라를 위해 일했다 해도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5·18민주화운동 단체 관계자 30여 명은 이날 ‘국보위 참여 후회 없다는 사람은 참배할 자격이 없다’ ‘전두환 때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와라’ 등의 문구를 적은 피켓을 들고 항의했다.
○ 김용갑 “김종인, 국보위 적극 참여 의사” 주장
그러자 새누리당 김용갑 상임고문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은 국보위에 적극적인 참여 의사가 있었던 인사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며 “강제로 차출됐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고문은 국보위 구성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이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당시 부가세 폐지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 달라고 해서 국보위에 가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 고문은 김 위원장이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를 헌법에 명시한 주역이라는 데 대해서도 “마치 자신이 저작권자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며 “당시 민정당에서 경제민주화를 강력하게 주장한 사람은 남재희 정책위의장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남 전 의장은 경제민주화 조항이 ‘김종인 조항’이라고 여러 차례 기고문까지 쓴 적이 있다”고 일축했다.
○ 김종인 강경 모드는 내부용?
새누리당은 원샷법 처리 무산 직후 “김종인 체제 이후 더민주당이 더 운동권식 투쟁을 일삼는다”고 반발했다. 김 위원장도 이날 광주에서 “포용적 경제 체제를 목표로 걸고 더 많은 민주화를 추구하는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며 당 정체성 확립을 강조했다. 당 일각의 강경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비대위 출범 직후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우(右)클릭’ 행보를 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김 위원장이 여당과 이미 합의한 ‘원샷법’ 처리에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법안 내용 자체는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게 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자신이 주장해온 ‘경제민주화’라는 프레임을 지키는 한편 ‘우클릭’ 행보에 대한 당 내부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의 거센 비판에도 당내 주류 비주류 모두 일단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태도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대표까지 사퇴한 마당에 ‘김 위원장 체제까지 흔들리면 공멸’이라는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잠복한 내부 갈등은 정체성 논란 외에 ‘공천’이라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수면 위로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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