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의원 239명 8481건 분석
국책사업 유치 등 空約 남발 탓… 절반 가까이 추진중-보류-폐기
A 국회의원은 2012년 19대 총선 당시 의료관광단지를 유치하겠다고 지역 유권자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19대 임기가 넉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도 지켜지지 않았다. 표를 얻기 위해 대규모 국책사업을 유치하겠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결과물은 없었다. B 의원 역시 총선 당시 해당 지역 도로에 빙판 방지용 열선을 깔겠다고 외쳤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19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내건 공약 중 절반은 이같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역대 최악이라는 지적을 받는 19대 국회가 공약 이행 면에서도 낙제점을 받은 것이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는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의 8481개 공약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완료된 공약은 51.2%였다고 2일 밝혔다. 재·보궐선거로 당선된 지역구 의원은 자신의 공약을 36.8%만 완료한 것으로 조사됐다. 상대적으로 짧은 임기 내에 마칠 수 없는 공약을 무리하게 내놓은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별 공약 이행률도 차이가 있었다. 새누리당이 지역구 15곳을 모두 차지한 경북의 공약 이행률은 59.6%로 가장 높았다. 반면 지역구 11곳 중 10곳을 야당이 차지하고 있는 전남은 38%로 가장 낮았다. 여당이 야당보다 상대적으로 지역구를 잘 챙긴 셈이다.
다수 의원이 공통적으로 보류(1.5%)하거나 폐기(1.2%)한 공약은 △재건축 국고 지원 확대 및 조기 분양 실시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 △국립병원 및 대학병원 유치 △특수목적고 유치 및 영어거리 조성 △각종 도로 연결 및 신규 도로 개설 △고속도로 나들목(IC) 개설 등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초선 의원들의 공약 완료율은 46.9%로 재선(56.5%), 3선 이상(52.4%) 의원에 비해 미흡했다. 조사 대상 의원 239명 가운데 지역구 초선 의원은 98명이나 됐다. 총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현역 의원 물갈이’로 초선 의원들이 대거 수혈됐지만 실질적인 역할은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광재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정치권이 계파 간 힘겨루기와 정계개편을 하면서도 유권자와의 숙제인 공약 관리에는 허술했다”며 “선거라는 시험을 치르려는 국회의원들의 숙제 점수가 50점밖에 안 된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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