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이 3일 “영화 ‘내부자들’의 손모가지 잘린 이병헌을 보면서 저와 모습이 겹쳐졌다(overlap)”라고 말했다.
자신의 더민주 입당을 두고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에 “사실과 다른 찌라시 수준의 문건 유출에 연관돼 파문을 일으킨 당사자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니 어이없고 황당하다”고 평했다고 하자 이렇게 말한 것.
조 전 비서관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영화에서 이병헌을 갑자기 강간범 같은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서 완전히 매몰을 시켜 버린다”며 “자신을 위해서 충성을 바치던 아랫사람에게 죄를 뒤집어씌워서 쫓아내 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쪽의 대응 기조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계속 같은 패턴”이라며 “그러니까 특별히 새롭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청와대 비선 실세 존재에 대해선 “나중에 밝혀질 것이고 없다면 그냥 없는 거지 않겠나, 이해해 달라”고 즉답을 피했다.
조 전 비서관은 정윤회 씨를 비롯한 비선이 국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 17건을 박지만 EG 회장에게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청와대에서 나왔다. 이후 같은 혐의로 기소돼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재직 당시 자신의 역할은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 회장을 감시하던 ‘워치독(Watchdog)’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대선 때 ‘만사올통’(만사는 올케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었다”라며 “박 회장의 아내에게 그런 일이 과연 있는 건가, 없는 건가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박 회장을 이용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말이 안 되는가를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회장 스스로가 어떤 이권이나 민원에 관여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가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아버지 대부터 청와대에서 그런 걸 겪어봤기 때문”이라며 “또 박 회장은 자신이 말하면 오히려 일이 틀어진다고 얘기한다. 조금의 금도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요즘도 가끔 박 회장이 식당에 놀러온다. 전화도 주고 문자도 준다”라며 여전히 사적교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박 회장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조 전 비서관은 더민주 입당 이유와 관련해 “더민주가 새로운 사람을 영입하고 혁신하려는 모습이 처절해 보였다”며 “야당의 체질을 바꾸고 다른 생각과 목소리, 길을 걸어온 사람도 존중하고 토론하겠다는 말에 (외면하기가)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더민주당은 4·13총선에서 그를 정권심판론의 기수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안대희 전 대법관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마포갑 출마가 거론된다. 조 전 비서관도 “당이 요청하면 당의 판단에 따르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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