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합의 파기’ 더민주 악습에 원샷법 시간만 허비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4일 00시 00분


정의화 국회의장이 오늘 국회 본회의를 열어 기업활력제고법(원샷법)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의 본회의 참석은 불투명하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라도 원샷법을 처리할 방침이고, 국민의당은 원샷법 처리에 협력하기로 했다. 국회의장 측은 “원샷법은 여야가 이미 합의했고 상임위와 법사위를 통과한 만큼 단독으로라도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는 게 절차에 맞다”는 입장이다.

여야 원내대표는 지난달 29일 원샷법을 북한인권법과 함께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합의문까지 작성한 바 있다. 그런데 본회의 직전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의 박영선 위원이 ‘삼성 특혜법’이라고 주장하며 제동을 걸었고 김종인 위원장이 가세해 본회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이 법은 그제 법사위를 그대로 통과했다. 더민주당이 제동을 걸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법 자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에 비판적인 김상조 한성대 교수도 “원샷법이 재벌 특혜법이라는 주장은 정말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이럴 거면 본회의 처리를 6일이나 더 끈 것은 대체 무엇 때문이었냐는 의문이 든다.

여야 합의를 파기하는 ‘문화’는 더민주당의 전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1년 5월 당시 민주당은 한나라당과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본회의 처리를 합의했지만 의총에서 무효화했고, 결국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했다. 박 위원도 2014년 원내대표 시절 여당과 합의한 세월호 특별법 협상안이 당내에서 두 번이나 거부당하자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며 잠적한 전력이 있다. 일부 온건파 의원들이 “여야 합의를 깨뜨리면 앞으로 협상을 어떻게 하겠나. 지도부 리더십만 타격받을 뿐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고 했지만 목청 큰 친노(친노무현) 강경파에 밀렸다. 아무리 ‘재벌 공격수’라지만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이런 일이 반복되는 한 지금 우리 당이 겪고 있는 고통은 치유되기 힘들다”고 했던 박 위원이 이번 합의 파기에 앞장선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여야 합의란 법적 구속력이 없어도 지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하는 신사협정이다.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깨뜨리는 정당이 총선 때 무슨 낯으로 선거공약을 내놓을 작정인가.
#원샷법#정의화#더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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