分區 예상지역 후보 “골대 어디인지 모르고 공 차는 심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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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에도 ‘깜깜이 총선’]
유권자 “후보 몰라 선거 관심 떨어져”… 경선 과열에 편법 여론조사도 기승
안철수, 3당 구도서 이준석과 접전… 수도권 野후보 단일화 부상 가능성

선수도, 관중도 깜깜이다. 운동장(선거구)도 정해지지 않았다. 어디서 뛰어야 할지 모르는 선수와 누구를 눈여겨봐야 할지 모르는 관중이 어색하게 대면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계속되고 있다. 6일로 67일 남은 4·13총선의 현주소다.

서울 강남구와 강서구, 인천 연수구 등 인구가 상한선을 넘어 반드시 선거구를 나눠야 하는 지역에선 혼란이 특히 심하다. 연수구 주민은 선거구가 두 개로 나뉘면 동춘3동과 옥련1동이 어느 쪽으로 갈지가 관심사다. 두 동(洞) 모두 인구가 2만 명 남짓이다. 그럼에도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주민들은 예비후보자를 불러 ‘사전심사’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 4만여 명의 권리가 침해받고 있는 것이다. 연수구의 한 주민은 5일 “어느 쪽 예비후보를 살펴봐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람들을 만나 보면 다들 이번 총선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데,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도 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연수구 분구 지역에 출마한 민경욱 전 청와대 대변인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골대가 어디인지 모르고 볼을 차는 심정”이라며 “선거구가 불분명한 것 자체가 정치 신인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이라고 했다. 현역 의원들이 선거구 공백으로 손해를 본다면 절대 지금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이런 가운데 주요 격전지들도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최근 언론사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와 새누리당 이준석 전 비상대책위원은 서울 노원병에서 오차 범위 내에서 혼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혁신위원도 10%대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3자 구도’가 계속되면 안 대표도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라는 변수가 남아 있다.

서울 마포갑에 출마하는 대법관 출신 새누리당 안대희 최고위원은 ‘뒤늦게’ 뛰어들면서 쉽지 않은 판세다. 안 최고위원은 더민주당 노웅래 의원과의 본선에 앞서 자신의 경쟁력을 입증하지 못하면 강승규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부터 고전할 수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5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5일 서울 용산역을 찾아 귀성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광주에서는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이 조사 기관, 조사 시기에 따라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갤럽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국민의당(30%)은 더민주당(26%)에 다시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각종 여론조사가 난무하면서 민심 왜곡 소지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 예비후보들은 여론조사 기관에 ‘맞춤형 결과’를 요구해 홍보에 활용하거나 조직을 동원해 사실상 ‘여론조작’을 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여론조사 조작 의혹으로 예비후보 2명을 검찰에 고발했고, 9명에게 경고장을 보냈다. 여론조사를 위해 지지자를 자신의 선거구에 위장 전입시키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분구#선거구#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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