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SNS에서는]예비후보님, 당신은 누구십니까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2일 03시 00분


서동일 산업부 기자
서동일 산업부 기자
질문은 화면 속 인물에게 했는데 답변은 화면 밖에서 들려왔습니다. “그 입장은 유보를 하라고.” 화면 속 인물이 말을 옮깁니다. “네. 저는 아직 예비후보기 때문에 유보를….”

화면 속 인물은 20대 총선을 준비 중인 새누리당 조은비 예비후보(경기 화성을)입니다. 그는 1990년생으로 만 25세 여성입니다. 이번 총선 최연소 예비후보입니다. 그는 공약이나 이력, 출마 목표보다는 나이나 외모, 옷차림이 부각돼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노동법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가’였습니다. 그가 “가장 시급한 청년 문제는 청년실업”이라고 답한 뒤 곧바로 이어진 질문이었습니다.

그는 답변 대신 카메라를 향하던 시선을 화면 밖으로 돌렸습니다. 난처한 웃음을 지으며 누군가에게 “네?”라며 무엇인가 묻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습니다. 정치 입문 계기 등을 묻는 질문에 차분히 대답하려 했던 것과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아직 입장을 밝힐 만큼 공부를 하지 않아 화면 밖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한 것인지, 아니면 명확한 입장을 갖고는 있지만 해당 인터뷰에서 밝혀도 되는지를 물었던 것일까 모르겠습니다. 다만 인터뷰 영상을 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자들은 “노동법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3분 남짓한 그의 인터뷰 영상은 유튜브에서 31만 뷰, 페이스북에서는 댓글 4500여 개, 좋아요 3만여 개가 나왔습니다. 해당 영상이 공유된 횟수만 약 2000회에 이릅니다. 댓글 중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문장은 제외하고 일부를 옮겨 보겠습니다.

‘아는 것이 없어 회피를 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예비후보이기 때문에 입장을 유보하겠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는다’ ‘열심히 하겠다는데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등입니다. ‘청년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 등 응원의 목소리도 일부 있었습니다.

가장 많은 8500여 개의 공감을 얻은 댓글 내용을 요약해 보겠습니다.

‘어리고 예쁘신 분이 국회의원 되시겠다고 출마하셔서 외모 논란이 큰데 그럴수록 대중이 갖는 선입견을 깨줘야 하는 것 아닌가. 예비후보라는 이유로 노동법에 대해 자기 입장을 말할 수 없다는 태도가 화가 난다.’

그동안 그는 자기 외모나 나이에만 집중하는 시선을 향해 섭섭한 감정을 드러냈습니다. “너무 외모만 부각되는 것이 속상하다.”

이날 인터뷰 마지막 인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이가 어려서 못 된다는 생각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더 잘할 수 있고 더 파이팅 넘치게 젊은 패기로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정치인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파이팅!”

SNS 및 인터넷 기사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그에 대한 선입견, 인식 등은 아직 그대로인 것 같습니다. 그의 이전 페이스북 게시글을 살펴봐도 젊은 패기로 임하겠다는 다짐은 알겠지만 ‘무엇을’ 할 것인지는 도무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 이전 페이스북 게시글도 일부 옮겨 보겠습니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 선거를 통해 정치를 알게 됐습니다. 말하는 정치가 아니라 듣는 정치를 먼저 배웠고, 머리로 하는 정치보단 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정치를 배웠습니다.’(1월 27일)

‘화성을 예비후보가 되어 여의도 국회에서 다시 빨간 목도리를 받게 되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었던 하루입니다.’(1월 28일)

‘더 좋은 모습으로 참신한 생각으로 한 분 한 분 감사하며 노력하겠습니다.’(2월 6일)

해당 인터뷰가 처음 공개된 시점이 4일인 만큼 이제 일주일 정도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 그는 페이스북에 한복을 단정히 차려입고 새해 인사를 드리는 영상도 올렸습니다. 인도에 서서 시민들에게 인사를 드리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사람들은 SNS 및 온라인 기사 댓글을 통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인지 말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새해 인사보다는 그가 직접 접했던 현장이 어떤 현장이었는지, 어떤 것을 보고 듣고 결심했는지를 듣고 싶어했습니다.

한 이용자는 이렇게 남겼습니다.

‘젊은 나이, 외모, 출세 등 편견을 깰 수 있도록 정치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자기 자신의 소견과 포부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서동일 산업부 기자 dong@donga.com
#예비후보#조은비#노동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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