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판 커버스토리]음해… 여론 조작… 고개드는 선거病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3일 03시 00분


[총선 D-60 경선부터 진흙탕]

부산경남에서는 지역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출되는 이상한 일이 생겼다. 이달 초 KNN은 부산경남의 관심 지역구 12곳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뒤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4일 낮 지역 주민들의 페이스북 등에는 ‘오늘 저녁 8시 KNN 뉴스에 마산회원구 여론조사 결과가 방송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확인되지 않은 조사 결과가 빠르게 퍼졌다. 마산회원구의 안홍준 의원과 진주갑 박대출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를 전달한 사람과 SNS에 유포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며 경찰과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20대 총선을 두 달 앞두고 과열·혼탁 선거 양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후보들 간의 상호 비방을 통한 이전투구 양상이 이번에도 재연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1일 현재까지 기부행위 83건 등 총 262건의 선거사범을 적발했다.
▼ “△△△ 1위” SNS 허위 유포… “유리한 기사 써달라” 뒷거래 ▼

불법선거 적발 262건 사례 보니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 총선을 두 달 앞두고 선거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전국에서 속출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된 여론조사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 검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0대 총선거가 60일 앞으로 다가와 여야의 당내 경선이 임박하면서 음식물과 교통편의 제공, 상대 후보 비방 등 총선 구태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당내 경선을 뚫기 위한 기획, 음해성 여론조사도 크게 늘었다. 지역의 일부 군소 언론이나 인터넷 매체의 편향 보도 역시 과열, 혼탁 양상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 편법, 조작 여론조사 봇물 터져

이번 총선에서는 여론조사가 부쩍 많아졌다. 12일까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는 1433건의 여론조사 결과가 등록됐다. 등록은 여론조사 공표와 보도의 선행 절차다. 매일 10여 건이 새로 등록된다. 공정성 논란도 잦다. 상대 후보를 깎아내리는 내용을 담은 ‘음해성 여론조사’나 자신을 띄우는 조작이나 가공된 조사 결과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흘리는 방식이다.

지난달 경남 진주갑 더불어민주당 정영훈 예비후보는 한 지역 일간지에 이의를 제기했고, 선관위는 “여론조사의 과정과 방법에 일부 문제가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울산 울주군에서는 새누리당 강길부 의원이 “김두겸 예비후보가 여론조사에서 ‘강길부 의원이 출마하지 않으면 누구를 지지하겠느냐’고 질문해 자신이 출마하지 않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퍼뜨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 장안구 선관위는 왜곡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어 SNS에 올리고 선거구민에게 전송한 혐의로 더민주당 예비후보자의 지지자 A 씨를 수원지검에 고발했다. A 씨는 지난달 19일 ‘당내 경선 시 정치신인을 선택하겠다’는 내용을 유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과 후보의 ‘검은 뒷거래’도 성행하고 있다. 인천에서는 홍보성 기사를 내주고 돈을 받은 모 언론사 대표와 기자, 출마 예정자 등 6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언론사 관계자는 홍보성 기사를 실어주고 1700여만 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 제천-단양 지역 예비후보 A 씨도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를 써 달라고 부탁하고 잡지 구입 명목으로 620만 원을 제공했다가 검찰에 고발됐다.

인터넷 언론의 ‘편들기’도 극성이다.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최근 과장 보도를 한 W사, 특정 후보를 홍보한 N사 등 3개 인터넷 언론사에 주의 조치를 했다. 또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17개 인터넷 언론에는 공정보도에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선관위는 “불법 여론조사와 언론의 허위, 왜곡보도 등을 5대 중대 선거범죄로 규정하고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처벌 수위가 대부분 주의나 경고에 그쳐 “실효를 거두기에는 수위가 너무 낮은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허위사실 유포, 상호 비방 등 ‘이전투구’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인 새누리당 경남 진주을 김영호 예비후보가 최근 선관위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지난달 지역의 식당 3곳에서 선거구민 30여 명에게 60만 원어치의 음식을 제공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김 예비후보는 “인사를 하기 위해 선 채로 악수만 하고 나왔고, 식비는 지인이 본인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며 불법 의혹을 일축했다.

중앙선관위는 박찬우 전 안전행정부 차관도 검찰에 고발했다. 충남 천안갑에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 전 차관은 지난해 10월 행사를 열면서 교통편의와 음식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광주선관위는 현직 국회의원 의정보고회에 관광버스를 제공한 혐의로 새누리당 관계자를 검찰에 고발했다.

충북에서는 노인단체에 물품을 기부한 총선 입후보 예정자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지난해 11월 김치냉장고 1대와 온풍기 2대 등 250만 원 상당의 물품을 기부한 의혹이 제기됐다.

경선 과열에 따른 잡음이 심각한 가운데 곳곳에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 대전 중구의 강영환 곽영교 김세환 신진 예비후보 등 4명은 최근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을 앞두고 유령당원 300여 명이 입당했다”며 중앙당 차원의 진상 규명을 요구했다. 현역 비례대표 의원과 당협위원장의 기득권에서 비롯된 문제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새누리당 대전시당은 당원 전수조사에 나섰다.

강원 동해-삼척 선거구는 악성 루머와 고발로 얼룩졌다.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이철규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같은 당 이이재 국회의원 참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3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 예비후보는 악성 루머가 담긴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유포자가 이 의원의 특보단장인 박모 씨, 지역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인 이모 씨라는 주장이 들어 있다. 울산 북구의 새누리당 경선 예비후보인 박대동 의원과 윤두환 전 의원도 국도 7호선 공사를 둘러싸고 진실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산에서는 12일 거짓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한 부산 모 대학 A 교수가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이날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A 교수의 대학 연구실을 압수수색해 여론조사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전국종합
#여론조작#총선#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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