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대북정책 실패부터 사과하고 협조 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15일 00시 00분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내일 오전 국회에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조와 국민의 단합을 당부하는 연설을 한다. 대통령이 시정연설을 하는 경우는 있지만 ‘대통령은 국회에 출석하여 발언하거나 서한으로 의견을 표시할 수 있다’는 헌법 81조에 따라 국회 연설을 먼저 요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연설에서 대통령은 미증유(未曾有)의 복합적인 안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육성으로 직접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북이 핵실험을 한 지난달 6일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뒤흔들고 북한 핵 문제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달 7일 북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는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를 감행했다”며 정치권에 정쟁 중단과 테러방지법 통과를 요청했다. 그 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남남(南南) 갈등이 커지는 조짐이다.

이번 연설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 실패부터 진솔하게 인정할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친중 외교 노선은 북의 도발로 완전히 헛물을 켰음이 드러났다. 남북 관계는 대치 상태로 되돌아가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고, 중국은 북의 핵과 미사일보다는 오히려 한국의 사드 배치에 펄펄 뛰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국정을 책임진 그 누구도 사과하지 않으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것이다. 대통령이 더 이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등 비현실적인 비전에 미련을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파탄 난 현실에 대한 냉정한 자성 위에서 남은 임기 중 외교안보 정책을 어떻게 전환할 것인지 밝혔으면 한다.

미국 일본 등과 추진하는 다자 제재 및 양자 제재의 궁극적 목표가 과연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북한 핵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여러 차례 밝힌 대로 차제에 통일과 김정은 정권의 교체(레짐 체인지)까지 내다보고 대북 압박을 하는 것인가. 북이 핵을 포기하기 전엔 다시는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인가. 중국과의 관계는 이제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박 대통령은 격랑을 만난 한국호의 선장으로서 국민의 물음에 답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대통령과 국민이 하나가 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지, 적전 분열과 자중지란으로 무너질지 이제 박 대통령의 설득에 달렸다.
#대북정책#박근혜#미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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