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 결과는 다양한 민심이 부딪히고 호응하고 결합하고 쪼개지면서 산출된 민심의 최종 결정체다. 동아일보는 소셜 빅데이터 분석업체인 스토리닷과 함께 ‘소셜 빅데이터로 본 총선 민심’ 코너를 마련했다. 디지털 환경에서 만들어진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로 해당 이슈의 총선 영향력을 가늠하기 위해서다. 찬반 여론조사 차원이 아니라 해당 이슈를 누가 주도하는지, 이에 디지털 민심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첫 번째 이슈는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다. 》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은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 이슈’였다. 우리 정부가 전면 중단을 선언한 10일부터 13일까지 나흘간 디지털상에서 개성공단을 언급한 문건은 28만6662건에 달했다. 빅데이터 분석 시 통상 3만 건이 넘으면 모든 언론의 톱뉴스, 10만 건에 이르면 ‘지배적 뉴스’로 분류한다. 개성공단은 ‘지배적 뉴스’ 기준의 2배가 넘었다.
개성공단과 짝을 이룬 연관어 분석에서 4·13총선은 14위(1만3357건)에 올랐다. 누리꾼들도 개성공단 중단이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크다는 방증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보 프레임’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얘기다. ‘개성공단’과 ‘총선’이 모두 들어간 문건에선 부정어 분포가 훨씬 높았다. 여권엔 안 좋은 신호다. 북핵 해결방안을 두고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16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안보 프레임’ 논란에 새로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다시 ‘박근혜 대 문재인’ 구도
박 대통령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시점에 개성공단 전면 중단 카드를 던졌다. 정치권에선 이번 총선도 ‘박근혜 선거’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여실히 증명된다. 개성공단 전면 중단은 2013년 5월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나 같은 해 8월 정상화 조치 때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파급력을 보였다. 잠정 폐쇄 당시 나흘간 언급량은 2만438건, 정상화 조치 당시 1만3776건에 불과했다. 현재와 비교해 10분의 1 수준이었다.
개성공단과 짝을 이룬 연관어 중 인물을 분석해 보면 박 대통령이 4만5174건으로 압도적인 1위였다. 흥미로운 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2위에 오른 점이다. 언급 건수는 1만1963건으로 박 대통령의 4분의 1 수준이지만 개성공단 이슈를 두고 다시 한 번 ‘박근혜 대 문재인’ 대결 구도가 만들어진 셈이다.
문 전 대표는 14일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정부가 공언한 대북정책은 철저히 실패했다’며 개성공단 중단을 강력히 비판했다. 문 전 대표가 12일 트위터에 올린 ‘개성공단 폐쇄 결정은 박근혜 정권 최악의 잘못’이라는 글은 2500회 이상 리트윗되기도 했다.
○ ‘개성공단+총선’ 언급 중 75%가 부정적
총선에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박 대통령과 총선을 앞두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전 대표가 총선 민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역설적 상황을 맞고 있다. 반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2893건)는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3187건)보다 언급량이 적어 ‘이슈 파이팅’에 실패한 것으로 분석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언급량도 1951건에 불과했다.
개성공단 관련 긍정·부정어 분포를 보면 부정어가 53.1%로 긍정어(21.3%)보다 2배 이상으로 많았다. 스토리닷 유승찬 대표는 “야권 지지층에선 개성공단 중단 카드가 총선 전략이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주로 야권 성향인 젊은층의 표심을 반영한 소셜 미디어에서 여권이 열세 국면을 어떻게 반전시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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