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 연설을 위해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본회의장으로 이동할 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가벼운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대화의 무게는 새누리당에 천근만근이었다.
김 대표는 본회의장으로 이동하며 박 대통령에게 “선거구 획정이 시급하다. 4·13총선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게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국회가 민생법안은 통과시키지 않고 선거구 획정만 하면 국민이 이해하겠느냐”는 취지로 답했다. ‘선(先) 민생법안 처리, 후(後) 선거구 획정’ 기조를 명확히 한 것이다.
새누리당 일각에선 쟁점 법안 처리가 쉽지 않은 데다 총선 일정을 고려할 때 선거구 획정을 더 이상 늦춰선 안 된다는 주장이 나오던 참이었다. 그런 시점에 박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 셈이다. 이날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대통령께서 오죽 답답하면 국회까지 직접 왔겠느냐”며 쟁점 법안 처리를 거듭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정의화 국회의장과 면담했다. 19일과 23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무조건 쟁점 법안과 선거구 획정을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
새누리당은 19일 본회의에서 서비스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선거구 획정 기준안을 처리하고, 23일 본회의에서 노동개혁 4법과 최종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4일부터 재외선거인명부 작성에 들어간다. 23일까지 선거구 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총선 일정은 어그러질 수밖에 없다. 여야의 공천 작업에도 상당한 차질이 예상된다.
이제 열쇠는 야당이 쥐고 있다. 정 의장은 쟁점 법안 처리와 관련해 “직권상정을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법안 처리를) 나한테 해결해 달라고 하면 되느냐”고 반문했다. 여야가 빨리 안건 처리에 합의하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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