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을 중심으로 전술핵무기의 한국 재배치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북한의 4차 핵실험 직후 전술핵 재배치 이슈를 놓고 한미 당국이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15일 “지난달 11일 김민석 당시 국방부 대변인이 (10일 한반도에 급파된 B-52 전략폭격기 외) 미군 전략 자산의 추가 전개 방안을 발표했는데 이 전후 한미 당국이 전술핵 재배치를 놓고 상호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증폭시킬 것을 우려해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익명을 요구한 미 외교 소식통은 “당시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을 다시 들이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며 “한미 당국은 추가로 전개할 전략 자산을 F-22(랩터) 전투기, B-2 전략핵폭격기 등으로 한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 일각에선 북한 핵 도발로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제기되는 가운데 동북아의 ‘핵 도미노’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 논의를 금기시할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군사전문가인 고든 장 씨는 외교군사 웹진인 ‘월드어페어스’에서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킨다는 이유로 전술핵 재배치를 반대하지만 많은 한국인은 이를 비현실적인 생각으로 받아들인다”며 “필요하면 한국군은 6개월 내에 핵무기를 제조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의 마크 피츠패트릭 미국사무소 소장도 18일 발간되는 보고서에서 한국을 일본, 대만과 더불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분류했다. 그는 한국이 결심한다면 2년 이내에 핵무기 개발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각계 원로 200여 명은 17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이 이미 폐기됐음을 선언하고 미국과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협의해야 한다”고 촉구할 예정이다. 성명에는 노재봉 이한동 전 국무총리와 김삼환 김진홍 박상증 서경석 목사, 월주 스님, 백선엽 예비역 대장, 장경순 전 국회부의장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공포의 균형정책’을 통해 북한이 우리에게 핵을 절대로 사용할 수 없게 해야 한다”며 △전술핵의 재배치 △미 핵잠수함의 한반도 해역 상시 배치 △전술핵의 한미 공동 관리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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