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공동선대위원장 李 영입… 安 “성공한 부분은 계승” 진화나서
安, 18일 정동영 찾아가 합류 설득… 鄭측, 이상돈 영입에 불쾌감 드러내
국민의당이 17일 보수 성향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사진)를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정체성 논쟁이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폭넓은 이념적 스펙트럼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험이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정당’은 같은 생각과 주장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단체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이날 입당 회견에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두고 “실패했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의당은 강령에 ‘6·15남북공동선언, 10·4남북정상선언 등 대북포용정책을 계승 발전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국민의당에 다수의 호남 출신 의원이 집결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갈등이 불거질 수 있는 발언이다. 그는 다만 “노태우 정부 때 비핵화선언에 실패하고, 김영삼 정부 때 제네바합의에 실패하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햇볕정책에 실패하고,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 비핵개방에 실패했다”고 비판하며 역대 정권 모두의 실패를 언급하긴 했다.
이 교수에 대해 “정치 개혁 분야에서 이론과 실전 경험을 갖춘 보석 같은 분”이라고 치켜세웠던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민감한 발언이 이어지자 바로 진화에 나섰다. 안 대표는 “어떤 정부 정책도 100% 성공이나 100% 실패는 없다. 공과가 있다”며 “성공한 부분은 계승하고, 실패한 부분은 반복하지 않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호남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햇볕정책 실패론’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교수도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지 과거 포용정책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다”라며 “남북 긴장 완화에는 큰 기여를 했다”고 한발 물러섰다.
안 대표는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햇볕정책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당내 정체성 논란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제와 민생을 도약시키기 위해선 포용정책, 햇볕정책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고 했다. 개혁적 성향으로 분류되는 천 대표와 이 교수의 충돌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정동영 전 의원까지 당에 합류할 경우 논란은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정 전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내며 ‘햇볕정책 전도사’ 역할을 했다. 국민의당 합류를 고민 중인 정 전 의원 측은 이날 이 교수 영입에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정 전 의원 측 인사는 “정 전 의원을 먼저 모시고 이 교수가 왔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모욕을 주려는 것”이라고 했다. 안 대표는 18일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마치고 오후에 전북 순창으로 정 전 의원을 찾아가 입당을 권유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전 의원이 합류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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