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정권 교체까지 겨냥한 박근혜 대통령의 대북 봉쇄정책(containment policy)은 길고 긴 싸움의 출발점이다. 정부 소식통은 17일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국지전 등 각종 도발로 완강히 버틸 것”이라며 “봉쇄정책은 북핵 문제 해결의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지만 자칫 한반도 분쟁 발생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북 봉쇄정책에 따른 각종 위험 요소가 있는 만큼 박 대통령 임기 후반에 자칫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을 막으려면 정부가 정교한 대응책을 만들어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김정은 변화를 위한 정부의 투 트랙 액션 플랜
김정은 정권을 변화시키기 위한 정부의 액션 플랜은 공식과 비공식의 투 트랙인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트랙은 국제사회와 함께 ‘초강력 끝장 제재’를 지속하는 것.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을 미국이 제재하도록 하는 ‘2차 제재(세컨더리 보이콧)’가 핵심이다. 대부분 중국 기업이 해당되기 때문에 대중국 광물 수출에 의존하는 북한 정권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중국의 협력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실효성이 있다.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중국산으로 둔갑해 들어왔던 농수산물 등 각종 북한산 상품의 수입 금지를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단속이 매년 10여 건에 그쳤지만 이제는 완전히 틀어막겠다는 것. 북한을 거쳐 한국에 오는 제3국 선박의 입항을 막는 해운 제재, 우리 국민의 해외 북한 식당 출입 자제 권고 등도 계획하고 있다. 통일부는 이날 국제기구 등을 통한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잠정 중단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두 번째 트랙은 정부가 관여하고 있음을 공식적으로 밝힐 수 없는 부분이다. 북한 내부에 ‘김정은이 민생을 외면하고 핵 개발에만 돈을 쏟아부어 주민들의 삶이 어려워졌다’는 정보를 본격적으로 확산시켜 북한 주민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돈줄을 죄는 봉쇄’와 ‘정보 유입을 통한 내부의 변화’ 접근으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음을 강하게 압박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김정은이 당분간 버티더라도 ‘이러다 죽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압박과 대화의 균형정책’에서 ‘비핵화를 위한 초강경 압박 지속’으로 대북정책을 대전환한 데 대해 청와대 안팎에서는 김정은에 대한 배신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지뢰 도발 당시 강력한 대응이 북한의 유감 표명을 이끌어냈던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또 이란이 국제사회의 제재 이후 핵 개발을 포기하는 것을 보면서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게 불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한다. ○ 전략 없는 ‘붕괴 기대’는 피해야
정부 안팎에서는 정부에 ‘길고 긴 싸움’에 대비한 정교한 목표, 전략,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주문한다.
우선 박 대통령의 임기 2년 안에 핵 해결의 최종 상태(end state)를 어디까지 달성할 수 있는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대북 소식통은 “박 대통령의 국회 연설은 2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을 내비쳤지만 현실은 더 긴 싸움이 될 것”이라며 “북한 정권이 곧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 정부까지도 일관된 정책을 펼 중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
제재가 안보 불안이나 해외 투자자의 불안 등 ‘코리아 리스크’로 비화하지 않도록 국지전 등 북한의 도발을 막는 대북 억지, 선제적 위기관리 전략도 필요하다. 전직 당국자는 “끝장 제재의 최종 목표를 북한 붕괴로 잡기보다는 협상에 나올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잡는 게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김정은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친한(親韓), 비핵화, 개혁개방이 가능한 정권으로 교체해 교류협력을 거치면서 합의 통일로 이어간다는 장기 플랜에 따른 봉쇄정책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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