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어제 국회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안정이며 점진적인 통일”이라며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도 (북한과의)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한반도의 급격한 변화와 통일은 대박이 아니라 재앙”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대박론’과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북한 궤멸론’을 싸잡아 비판해 좌우 이념에 구애되지 않는 안보·통일론을 강조했다.
그러나 북핵 대처 방안으로 안 대표가 제시한 ‘우리 군의 독자적 전략무기방어체제의 조속한 구축’을 보면 국방부는 2022년까지 킬체인(Kill Chain·북한의 미사일 발사 징후가 있을 때 30분 안에 선제 타격하는 체제)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킬체인을 뚫고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 체계 구축 목표를 발표한 바 있다. 안 대표는 “해마다 수십조 원의 막대한 국방비를 쓰면서도 왜 독자적 방어체제를 구축하지 못하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예산을 추가 편성해서라도 방어체제 구축 시기를 한시라도 앞당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독자적 방어체제는 엄청난 예산만으로도 안 되고 기술이 있어야 한다. 예산만 있으면 된다는 사고방식은 순진하다 못해 어리석다.
그가 언급한 ‘독자적 방어체제’가 미국에 의존하지도 않고 중국을 자극하지도 않는 체제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안 대표의 ‘안보 멘토’인 경남대 교수 출신의 김근식 통일위원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대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로 편입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KAMD는 10∼30km의 낮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하층 방어체계여서 구축이 돼도 30km 이상 고(高)고도에서 북한 미사일을 방어할 수 없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가 검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도 안 대표가 “사드 배치는 공론화를 통해 국민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안보에 대해 분명한 의식이나 소신이 없거나, 좌우 눈치를 보느라 입장 표명을 기피하는 태도로 보인다.
안 대표는 개성공단 중단 조치에 대해서도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햇볕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한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영입했고, 개성공단의 산파 역할을 했던 정동영 전 의원을 어제 입당시켰다. 안 대표의 안보의식은 설익었고 호남 표를 놓치지 않으려 안보노선은 우왕좌왕 좌충우돌이니 국민의당 정체성이 점점 알 수 없게 돼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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