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쪽 모두 속내를 드러냈다. 전면전에 앞서 탐색전을 끝낸 셈이다. 이제 누가 먼저 상대의 허를 찌르느냐가 관건이다. 4·13총선을 앞두고 본격화된 새누리당의 내전(內戰) 양상이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는 우선추천제를 두고 맞부딪쳤지만 ‘악마는 자격심사에 있다’는 말이 나온다. 친박계가 자격심사를 적극 활용해 현역 의원 솎아내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비박계는 ‘이한구 해임 카드’까지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문제는 이미 불출마를 선언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잃을 게 없는 반면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리스크는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김 대표의 정치적 승부수가 주목되는 이유다. ○ 이젠 서로 “용납하지 않겠다”
18일 양 진영은 서로를 향해 “앞으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전날 각각 “나를 밟고 가라”고 배수진을 친 데 이어 공격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표는) 공천 룰을 벗어난 행위를 제어할 의무가 있고, 앞으로도 (이 위원장의 독단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곧바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자꾸만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면 성질만 난다. 앞으로 (김 대표의)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받아쳤다. 김 대표는 “그만하세요”라고 말한 뒤 회의장을 나가버렸다.
이어 김 대표 등 비박계는 대표실에서, 서 최고위원 등 친박계는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 방에 모여 각각 ‘작전회의’를 열었다. “국민은 새누리당을 ‘따로국밥 정당’이라고 부를 것”이라는 김태호 최고위원의 지적은 빈말이 아니었다.
‘작전타임’을 끝낸 김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우리(비박계) 공관위원들이 너무 점잖게 했는데 이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1시간 뒤 열린 공관위원 전체회의에서 김 대표의 공언은 현실이 됐다.
이 위원장이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하려 하자 비박계인 홍문표 제1사무부총장이 태클을 걸었다. “위원장이 독단적으로 회의를 운영한 데 대해 앞으로 그런 일이 없을 거라고 한 말씀 하라”며 공개 사과를 요구한 것. 이에 이 위원장은 “자꾸 계파 충돌처럼 비치는데, 이것은 개혁하겠다는 사람과 기득권을 수호하겠다는 사람들 간의 문제”라며 오히려 나무라듯 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이 다시 한번 이 위원장에게 공개 사과를 요구했으나 이 위원장은 이를 무시하고 회의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 잃을 게 없는 이한구, 고민 깊어지는 김무성
결국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지역을 정한 뒤 자격심사를 통해 현역 의원을 솎아내겠다는 자신의 구상을 밀어붙일 태세다. 특히 비박계는 자격심사에 주목하고 있다. 친박계가 다선의 친박 비주류를 먼저 쳐내 ‘현역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비박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면서 변화를 원하는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물갈이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이날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친박계가) 미운 놈을 쳐내고 사천(私薦)을 하겠다는 것 아니냐. 나는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비박계는 현역 의원을 솎아내려면 객관적인 심사기준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작업이 만만치 않은 만큼 ‘친박 쿠데타’의 성공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그럼에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러 카드를 고민하고 있다.
첫 번째 반격 카드는 의원총회 소집이다. 현역 의원이면 누구나 물갈이 대상이 될 수 있는 만큼 의총을 열면 비박계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서 최고위원은 “의총을 열어도 모든 건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박계의 ‘반격 의총’에 무시 전략으로 맞설 수 있다는 얘기다.
전면전이 격화되면 이 위원장 해임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김 대표 측은 “임명은 최고위원회의의 의결 사항이지만 해임은 대표 권한”이라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친박계가 우선추천한 후보의 공천장에 김 대표가 도장을 찍지 않을 것이란 말도 나온다. 대표의 직인이 찍힌 공천장이 있어야 후보 등록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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