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호남 주도권 다툼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전북을 기반으로 하는 정동영 전 의원이 18일 국민의당 합류를 선언하면서 주춤하던 국민의당은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동교동계의 합류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광주전남에 영향력을 갖고 있는 무소속 박지원 의원도 이날 대법원에서 사실상 무죄 판결을 받아 거취가 주목된다. ○ ‘安風’ 전북 북상하나
정 전 의원은 이날 칩거 중인 전북 순창까지 찾아온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1시간 반가량의 회동 직후 4개항의 합의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4·29 서울 관악을 재·보궐선거 패배 이후 순창으로 내려가 칩거한 지 9개월여 만의 정계 복귀다. 정 전 의원은 19일 순창에서 정치 재개를 공식 선언하고 전주 덕진 출마를 발표한다.
정 전 의원은 안 대표와 회동 직후 “국민의당에 합류해 총선 승리와 호남 진보 정치를 위해 백의종군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4개항에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정 전 의원과 안 대표가) 우리 사회가 불평등 해소와 개성공단 부활 및 한반도 평화, 2017년 여야 정권 교체를 위해 조건 없이 협력한다”는 내용이 제1항으로 돼 있다. 또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세력의 결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사회 경제 약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민생정치를 구현한다 △양당 기득권 담합 체제를 깨지 못하면 한반도 평화도 경제민주화도 복지국가도 어렵다는 뜻을 같이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정 전 의원은 ‘백의종군’의 의미와 관련해 “어떤 당직도 맡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야당의 전직 대선 주자로서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전북 선거를 책임지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안 대표는 회동 직후 “지금은 대한민국 정치의 판을 바꿀 때”라며 “정치의 판을 바꾸는 데 (정 전 의원이) 큰 역할을 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민주당과 호남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국민의당은 정 전 의원 합류로 전세를 뒤집을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전북지역 의원 11명 중 합류 의원이 2명에 그쳐 정 전 의원이 입당하지 않을 경우 고전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국민의당은 정 전 의원의 입당으로 최소한 전북 의석 2, 3개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족쇄 풀린 박지원
무소속 박지원 의원이 18일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 환송 판결을 받은 직후 대법원을 나서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기사회생’ 박지원도 합류하나
대법원 3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2008∼2011년 임석 전 솔로몬저축은행 회장 등으로부터 8000만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로 기소된 박 의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항소심 재판부가 금품 공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로 본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1심은 금품 제공자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모든 혐의를 무죄로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진술이 구체적이라는 이유에서 일부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었다.
박 의원은 판결 직후 “검찰의 무리한 수사로 3년 반을 탄압받았다”면서 “(따지고 보면) 13년간 표적수사로 고초를 겪었다. 그 13년간의 검찰과 악연을 오늘로써 끊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006년 9월 금호그룹 등에서 1억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가장 큰 혐의였던 현대그룹 비자금 150억 원 수수 부분은 무죄가 확정됐다.
아직 파기환송심이 남아 있긴 하지만 박 의원은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게 됐다. 이날 선고 직후 김한길 국민의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과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 양측으로부터 박 의원에게 전화가 걸려왔다고 한다. 그러나 박 의원은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당 대 당 통합이 안 되면 연대나 단일화를 해야 한다”며 “무소속의 길을 가면서 야권 통합에 전력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하면서 권노갑 전 더민주당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 인사들도 조만간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동교동계와 안 대표는 박 의원 합류를 설득하고 있다. 일각에선 박 의원도 결국 동교동계와 함께 국민의당 합류를 선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게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박 의원이 총선 이후 야권 재편 과정에서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