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50일 코앞인데… 테러방지법에 막힌 선거구 획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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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쟁점법안 협상 결렬]

하루 두차례 만났지만… 매듭 못 푸는 여야 지도부 4·13총선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협의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이 22일 오후 9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재개됐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김종인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하루 두차례 만났지만… 매듭 못 푸는 여야 지도부 4·13총선 선거구 획정안과 테러방지법 등 쟁점 법안 처리를 협의하기 위한 여야 지도부 회동이 22일 오후 9시 국회 귀빈식당에서 재개됐지만 난항을 거듭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 김종인 대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안보 위기 속에 국민의 안전을 지키자는 테러방지법 제정이 국정을 올스톱시키고 있다. 여야가 앞다퉈 법안 통과를 약속해도 모자랄 판에 더불어민주당은 테러 관련 정보수집 권한을 국가정보원에 줄 수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티고 있다. 정보기관의 정보수집에 반대하는 희한한 상황이다.

23일로 4·13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구 획정도 테러방지법에 발목이 잡혔다. 이날도 선거구 획정안 기준을 마련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획정안 처리의 ‘최종 데드라인’(29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가 실종되는 초유의 사태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 “국정원은 안 돼!” 야당의 끝없는 ‘몽니’

여야 지도부는 22일 오후 2시간가량 만났지만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전날도, 18일에도 같은 얘기만 반복했다. 핵심 쟁점은 국정원에 테러 관련 정보수집권을 주느냐 여부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테러방지법에선 국정원이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금융, 통신, 출입국 등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더민주당은 국정원을 믿을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반정부 인사나 시민단체 인사들을 테러 위험인물로 지목해 민간인 정보를 무차별 수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기준 더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야 회동을 마친 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국정원이 모든 국민을 감청하고, 모든 계좌를 들여다볼 수도 있다”며 “테러방지법은 한마디로 국정원 권한 강화법”이라고 말했다. 더민주당은 국민안전처에 정보수집권을 주자고 요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상식 밖의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정보수집 대상은 유엔이 지정한 31개 테러단체와 관련한 인물로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이 직접 감청이나 계좌추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회사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수집한 정보를 서면으로 제출받는 만큼 무차별 정보 수집은 있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특히 홍수나 지진 등 재난 발생 시 사후적 대책을 세우는 국민안전처는 테러 방지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할 능력이 없다고 강조한다. 선진국들도 대부분 테러 정보수집권을 정보기관이 갖고 있다. 미국은 국가정보국(DNI) 산하에 국가대테러센터(NCTC)를 설치해 정보 분석 및 대테러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은 국내보안부(SS), 프랑스는 국토감시국(DST), 캐나다는 보안정보부(CSIS)가 대테러 정보 수집의 주무 부처다.

그럼에도 더민주당이 국정원의 권한 남용 우려를 줄기차게 주장하자 새누리당은 이날 새로운 ‘안전장치’를 제시했다. 여야 합의로 인권보호관을 둬 국정원을 감독하고, 권한 남용 시 형량을 대폭 높여 가중 처벌하자는 것이다. 더민주당은 이마저도 거부했다. 국정원은 무조건 안 된다는 얘기다.

○ 선거구 획정 ‘데드라인’ 또 무너지나


테러방지법을 두고 여야가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4·13총선의 정상적 시행은 점점 위협받고 있다. 여야는 선거구 획정안을 두고 사실상 합의를 마친 상태다. 지역구 의석을 현재 246석에서 253석으로 7석 늘리고, 비례대표 의석을 54석에서 47석으로 그만큼 줄이는 안이다. 지역별 세부 증감에도 큰 이견이 없다. 경기는 8석, 서울·인천·대전·충남은 각 1석이 늘고, 경북은 2석, 전북·전남·강원은 각 1석이 줄어드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테러방지법 통과 없이 선거구 획정안만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김용남 원내대변인은 “선거구 획정안만 통과시키면 19대 국회 활동은 사실상 종료된다”며 “북한이 변칙적 테러로 안보 불안을 조성하려는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 테러방지법 통과 없이 어떻게 선거구 획정안만 처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는 16일 국회 연설에 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기도 하다.

더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안 우선 처리를 고집하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22일 “선거법은 (여야 간에)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선거구 획정안이 늦어지면서 정치 신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점을 이용해 새누리당 압박에 나선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선 테러방지법 처리가 19대 국회 마지막 수확인 셈이다. 그렇다고 선거구 획정안을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이달 말까지 획정안이 마련되지 않으면 총선 일정의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총선 차질 압박’과 ‘마지막 수확’ 사이에서 새누리당이 힘겨운 외줄타기를 하는 형국이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총선#테러방지법#선거구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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