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발에 23일 전화통보 무산… 24일 전체 의원에 평가결과 전달
이의신청-명단공개 일정 차질 예상… 불출마자 빼고 지역구 17명 컷오프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 의원 물갈이 작업 첫 단계인 ‘평가 하위 20% 컷오프’ 명단 통보 여부를 놓고 23일 하루 종일 갈팡질팡했다.
논란 끝에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현역 의원 전원에게 24일 친전(親展)을 보내 평가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지만 현역 의원들 사이에선 “당사자인 의원들의 의견은 배제한 채 일방적으로 물갈이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23일 오전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 평가 자료 확인부터 난항을 겪었다. 평가 자료는 잠금장치가 된 당 금고에 보관된 자료와 조은 평가위원장이 은행 금고에 보관해 온 휴대용 저장장치(USB메모리)를 결합해야 완성된다. 조 위원장은 오전 10시 은행 금고에서 USB메모리를 찾아 서울 여의도 당사로 향했다.
그러나 결과 통보 방식을 놓고 공관위가 고심하면서 자료 확인은 계속 늦춰졌다. 공관위는 당초 이날 개별 의원들에게 전화로 결과를 통보할 예정이었지만 “정치 생명을 결정짓는 일인데 전화 한 통으로 통보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는 반론이 제기됐다고 한다. 결국 공관위는 홍 위원장이 24일 전체 의원들에게 친전을 보내 결과를 통보하기로 결정했다. 공천 심사 면접 등 공천 관련 일정도 줄줄이 연기됐다.
홍 위원장은 자신이 관여하지 않은 선출직평가위의 평가를 통해 의원들을 공천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점에 상당한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선출직평가위의 평가와 ‘하위 20% 컷오프’는 문재인 전 대표가 당 대표직까지 걸고 관철시켰던 혁신안의 핵심이다.
김성수 대변인은 “(친전과) 전화 통보까지 마친 이후 48시간 동안 이의신청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공개 시점이 좀 더 지연될 수 있다”고 했다. 공관위는 이날 개별 통보 후 이의신청을 받아 25일 명단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불출마자 배제를 놓고도 오락가락했다. 당초 공관위는 지역구 의원의 컷오프 규모를 21명(지역구 의원의 20%) 중 불출마자 5명(김성곤, 신학용, 최재성, 문재인, 노영민 의원)을 제외한 16명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오후 늦게 “노 의원을 뺀 4명만 제외해 17명이 대상”이라고 뒤집었다. 노 의원은 평가위의 평가가 끝난 뒤인 이달 1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후 5시경에야 평가 자료가 비로소 베일을 벗었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이날 당사에는 경찰도 증원 배치됐다. 김 대변인은 “컷오프 명단이 담긴 자료는 홍 위원장과 조 위원장 두 사람만 봤다”고 전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주도하는 ‘물갈이 태풍’에 공관위의 오락가락 행보가 더해지면서 의원들은 폭발했다. 우상호 의원은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공관위가 의원들에게 (물갈이 기준과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현역이 모두 심판 대상도 아니고, 중진들만 50%를 정밀 심사하는 것도 지나치다”고 반발했다.
하루 종일 촉각을 곤두세웠던 다른 의원들도 목청을 높였다. 한 의원은 “공관위야 그냥 하루 미뤘다지만, 당사자들은 피가 마른다”며 “아무리 공관위가 칼자루를 쥐었다고 해도 도가 지나치다”고 성토했다. 당 관계자는 “공관위의 우왕좌왕 행보가 계속되면 공천 파열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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